"안세영이 전담 트레이너와 그만한다 했다" 코치진이 이름 걸고 밝힌 '쟁점 사안' 타임라인[파리올림픽]
한국 배드민턴 최고 스타 안세영(22·삼성생명)의 이른바 폭탄 발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대한배드민턴협회. 7일 오후 협회가 배포한 '안세영 선수 인터뷰 및 관련 기사에 대한 협회의 입장 표명' 자료는 1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특히 자료는 안세영과 2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코칭스태프의 '국가대표 지도자 확인서'를 토대로 작성됐다. 김학균 감독을 비롯해 한동수, 이경원, 성지현, 로니 아구스티누스 코치(인도네시아) 등이 이번 발언의 쟁점 사안에 대해 날짜와 시간까지 적시하며 세세하게 기록한 자료다. 이들은 확인서에 자필 사인까지 넣어 진정성을 더했다.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지난 5일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상, 대회 출전 등과 관련해 협회와 대표팀의 운영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여기에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폭탄 발언까지 내놨다.
현지에서 딸을 응원한 안세영의 아버지 안정현 씨는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제작진과 통화에서 "부상이 심각한 상태에서 협회가 제대로 된 치료와 휴식은커녕 대회 출전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로 인해 협회에 쌓인 감정이 많았던 것 같다"고 딸의 입장을 전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고,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7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바꾸겠다"면서 "이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가 선수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협회는 김택규 회장이 관계자와 함께 조기 귀국해 안세영 발언과 관련한 해명 자료를 준비했다. 안세영이 7일 귀국한 지 2시간 정도 지난 뒤에 배드민턴 담당 기자단에 자료가 배포됐다.
국가대표 지도자 확인서는 3가지 쟁점 사안을 다루고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부상 투혼 이후 국제 대회 출전 관련 ▲안세영 선수의 전담 트레이너(협회 자비 컨디셔닝 관리사) 관련 ▲ 파리 플랫폼에 도착한 다음날 안세영 선수가 훈련하다 발목을 다친 상황, 한의사 치료받은 상황 등이다.
특히 확인서에는 안세영을 전담한 한수정 트레이너에 대한 부분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한 트레이너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힐 정도로 믿고 의지한 인물이다.
안세영은 5일 인터뷰에서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한수정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안세영은 "한수정 트레이너 선생님이 정말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를 많이 보셨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면서 "정말 죄송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전에도 안세영은 한 트레이너를 자주 언급했다. 안세영은 지난 6월 올림픽 미디어 데이에서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내고 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는데 "트레이너 선생님이 부상에서 일깨워주기 위해 해주신 좋은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확인서에 따르면 한 트레이너는 지난 7월 협회가 자비 지원 인력으로 1년 계약으로 뽑은 컨디셔닝 관리사다. 그런데 안세영이 지난 1월 2일 성 코치와 면담에서 "한 트레이너에게 전담으로 컨디셔닝을 받고 싶다"며 편지지 2장을 전했다. 이에 다음날 김 감독은 코치진 미팅에서 "한 트레이너가 안세영을 전담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다 지난 5월 협회는 한 트레이너에게 6월 계약 종료를 알렸는데 6월 안세영의 요청으로 김 감독은 협회에 한 트레이너의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체육회에는 한 트레이너를 올림픽 사전 캠프까지만이라도 선수와 같이 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6월말 김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촌장(장재근)과 면담했고, 안세영도 한 트레이너와 함께 장 촌장과 면담에서 P카드(훈련 트레이너)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해 체육회가 최종 승인했다.
그런데 지난 7월 6일 한 트레이너가 김 감독을 찾아와 "그만두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안세영으로부터 "선수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자꾸 요구해서 힘들다"면서 "그래서 저도 한 트레이너와 그만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김 감독이 이 코치에게 안세영과 면담을 지시했다. 면담에서 이 코치는 안세영에게 "올림픽만 생각해야 한다. 테이핑 및 치료 문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고, 안세영은 "알아서 잘 할 수 있다"면서 "선수촌 메디컬 팀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한 트레이너는 배드민턴 선수단이 사전 훈련 캠프로 들어가는 7월 12일까지만 근무하고 퇴사했다. 이후 김 감독의 요청으로 선수촌 물리 치료사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안세영을 전담했다.
확인서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이후 국제 대회 출전과 관련해서도 지도자들은 안세영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을 내렸다. 날짜 별로 김 감독과 안세영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도 담겼는데 "감독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목표까지 감독님 믿고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등의 내용이다. 안세영이 파리 사전 캠프에서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을 때도 본인의 요청과 지명으로 국내 한의사가 파리로 파견돼 약 2주 동안 치료했다.
김 감독과 4명 코치는 확인서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고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혹여나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낀 것이 있다면 다시 한번 선수와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금메달과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의 혼합 복식 은메달을 수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대회 때는 여자 복식 동메달이 전부였다.
이들은 또 "코치진 전원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2명의 선수 한 명, 한 명이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면서 "올림픽을 위한 처절한 준비 과정이었을 뿐 어떠한 사적 감정이나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최소한의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자 관련 사항에 대해 그동안의 경과를 확인드린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7일 귀국 인터뷰에서 "나는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고, 이해해달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막 도착했고, 아직 협회와 나눈 이야기가 없다"면서 "팀과도 상의한 게 없어서 더 자세한 건 상의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짧게 인터뷰를 마친 뒤 팀 관계자에 이끌려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협회는 10페이지에 이를 만큼 세세하고 빼곡하게 안세영 발언과 관련한 자료를 냈다. 과연 안세영은 협회의 자료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까.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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