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충청 집중호우 인명피해, '우려지역' 아닌 곳에서만 발생했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4. 8. 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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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10일 인명피해 6건 발생 지역 중 '인명피해 우려지역'은 '0'곳
지난해 7월 '채상병 사건' 경북 예천군 산사태 피해 지역은 올 5월에야 지정
기후변화로 계속되는 수해 피해, 적절한 대비책 마련되고 있는지 의문
용혜인 "관악구 반지하 폭우 참사 벌써 2주기…인명피해 대책은 발전 없어"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달 11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충북 옥천군 군서면 지경소 피해현장을 방문해 주민으로부터 피해 현황 등을 듣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지난달 초 충청권에 내렸던 집중호우로 6명이 사망·실종됐을 당시, 해당 피해가 발생한 지역들 모두가 행정안전부의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포함돼 있지 않은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8~10일에 걸쳐 내린 폭우로 충청권에서 6건의 인명피해(사망 5명, 실종 1명)가 발생했다. 피해 지역은 충북 옥천군, 충남 논산시·서천군 등인데, 이들 지역 중 행안부가 관리하는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인명피해 우려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리 시도별로 지정해서 관리하도록 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우려지역으로 지정되면 행안부의 '여름철 자연재난 사전대비 추진지침'에 따라 지자체가 주민대피계획 수립을 진행하는 등, 빠른 대처를 위한 대책을 미리 마련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오송 참사' 당시에도 청주시는 오송읍의 다른 지하차도들에 대해선 사전에 교통통제를 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통제하지 않았다. 이는 청주시와 충청북도가 각각 선정한 '재해우려지역',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궁평2지하차도가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었는데, 1년 뒤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 셈이다.

충청권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직간접적 계기가 된 경북 예천군 수해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 때 산사태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예천군 일대 지역 5곳은 사고 후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5월에서야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됐다. 대책 마련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탓에 사망·실종자가 여럿 발생했고, 이에 경북도청은 결국 해병대 1사단에 지원 요청을 했다. 출동한 해병대원들이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도중 채 상병이 순직했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자연재해에 대한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수해를 대비하는 데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인명피해 우려지역은 행안부가 아닌 일선 지자체장들이 지정하는 사항이지만, 산림청 등을 통해 산사태 위험도가 높은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돼 자료 제공과 협조 요청을 한다"며 "이미 지정된 우려지역은 인근 가구 정보와 비상연락망 등을 최신화하도록 요청하는 등 공고하게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유사한 사안에 대해 감사원의 지적이 이미 있었던 만큼 행안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올해 6월 '산사태 위험구역에 대한 주민 대피체계 구축 미흡' 감사 결과를 행안부에 통보했는데, "행안부는 지자체로 하여금 집중호우 시 인명피해 우려지역을 발굴‧지정해 주민대피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의 인명피해 우려지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산림청의 산사태 피해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위험구역은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관리되지 않고 있었는데, 행안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산림청, 지자체와 협업해 산사태 위험구역이 인명피해 우려구역으로 지정‧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서울 관악구 반지하 폭우 참사 2주기가 되어 가지만, 행정안전부의 인명피해 방지 대책은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며 "행정안전부의 인명피해 우려지역 관리 부실로, 이번 집중호우에도 살릴 수 있었던 국민들이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인명피해 우려지역으로 지정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재난 관리로는 국민 누구도 지킬 수 없다"며 "행안부는 자연재해 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선제적 인명피해 우려지역 지정 등 인명피해 우려지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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