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전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사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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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8월 8일 토요일 오후 3시,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광장과 인근 도로에 모인 수만 명의 군중이 북서쪽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거쳐 백악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악명 높은 극우 인종주의 테러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Ku Klux Klan)'의 첫 전국 총회와 퍼레이드 소식을 전하며 "인근 식당과 담배 가게는 물량이 동이 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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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8월 8일 토요일 오후 3시,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광장과 인근 도로에 모인 수만 명의 군중이 북서쪽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거쳐 백악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모두 하얀 고깔을 썼지만 출신 지역-지부별로 각기 다른 휘장이나 어깨띠 등을 둘렀다. 대열은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런 폭력 징후 없이 침묵하며 질서정연하게 움직였고 거리의 시민들도 그 행진을 별 긴장감 없이 지켜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악명 높은 극우 인종주의 테러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Ku Klux Klan)’의 첫 전국 총회와 퍼레이드 소식을 전하며 “인근 식당과 담배 가게는 물량이 동이 났다”고 보도했다.
행렬이 워싱턴 기념탑을 향하던 무렵, 먹구름이 몰려왔다고 한다. 행진 지도부는 확성기로 “비는 오지 않을 것이다. 기도하자. 아직 신이 클랜 집회에 비를 내린 적은 없다”고 외쳤다. 하지만 신문에 따르면 “신은 그 전통을 깨뜨렸고, 행렬은 흰 가운이 젖을까 봐 두려워 흩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는 KKK의 전성기로 전국 회원 수가 수십만 명에 달했고, 1924년 대통령선거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남북전쟁 직후 남부에서는 부유한 전쟁 베테랑들의 사교모임이 오래된 관습에 따라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텍사스의 ‘떠오르는 태양의 기사단’, 앨라배마의 ‘흰 카네이션 기사단’과 ‘흑십자 기사단’, 플로리다의 ‘청년 민주 클럽’ 등이 대표적이었다. KKK도 1865년 여름 테네시주 풀라스키의 베테랑 판사 토머스 존스(Thomas. M. Jones)의 법률사무소에서 그와 5명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만든 상류층 사교클럽이었다. 이름은 소모임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클로스(kyklos)’와 ‘clan(klan)'에서 따온 것으로, 그리스-로마어로 모임 이름을 짓는 것도 남부 상류층 특유의 스노비즘 흔적이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노예제도의 인종적 질서에 대한 향수와 바람은 있었겠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었다고 한다.(계속)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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