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트레이드 철수, 마무리(?)..."대규모 철수 남겨 둬" 비관도
세계 최대 캐리트레이드인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는 철수가 대부분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철수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자율이 낮은 일본 엔화로 돈을 빌려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엔 캐리트레이드는 지난주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철수로 방향을 틀었고, 5일(현지시간) 전 세계 주식 시장 폭락을 부른 바 있다.
BOJ가 추가 금리 인상을 유보하기로 하면서 뉴욕 증시를 비롯해 세계 증시는 6일과 7일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충격에서 일단 벗어났다.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로 전 세계 증시에서 수천억달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철수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는지 추가로 대규모 철수가 뒤따를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지난 3년 일본의 초저금리 속에 전 세계 금융 시장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덩치가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렇게 덩치가 커진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은 멕시코 페소부터 대만 주식과 부동산, 미국 기술주 등을 사들였다.
세계 금융 시장 곳곳에 뿌리를 내린 엔 캐리트레이드가 일본으로 철수하면서 대규모 충격이 빚어졌다.
소시에테제네럴(SG) 외환전략가 키트 저크스는 "몇몇 모가지를 부러뜨리지 않고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캐리트레이드를 철수할 수 없다"면서 시장 곳곳에서 심각한 파열음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추산하는 것은 어렵다. 헤지펀드부터 개인을 위해 움직이는 소규모 부티크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일본 기업과 가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관과 개인들이 다양하게 운용하기 때문이다.
상당액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이 활용하지만 이와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가계와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활용하는 일본 자금도 엔 캐리트레이드에 들어간다.
UBS의 제임스 맬컴 글로벌전략가는 2011년 이후 누적 달러-엔 캐리트레이드 규모를 약 5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지난 2~3년 사이 쌓인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맬컴은 이 가운데 약 2000억달러가 지난 수 주일 철수했다고 추산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경을 건너는 엔 차입 규모가 2021년 말 이후 7420억달러 늘었다. 다만 이 금액 전체가 엔 캐리트레이드로 빠진 것은 아니다.
ING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올 3월까지 일본 엔 해외 대출 규모는 21% 증가해 1조달러에 이르렀다. 엔으로는 157조엔(약 1467조원) 규모다.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는 일본 당국이 정책을 수정하면서 비롯됐다.
엔 약세 지속에 일본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엔 가치를 끌어올렸고, 지난주에는 BOJ가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대대적인 철수를 불렀다.
BOJ가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해 엔 캐리트레이드 추가 철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논란은 분분하다.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낙관과 아직 대규모 철수가 더 남았다고 보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철수했지만 가계, 기업 등 일반적인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JP모건 도쿄의 벤저민 샤틸 외환전략가는 "엔 캐리트레이드에 관한 실상은 아무도 그 덩치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철수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라면서 "다만 분명한 것은 단기 차익을 노린 캐리트레이드는 철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틸은 공매도를 통해 빌린 돈을 캐리트레이드로 활용하는 투기는 철수했지만 실제 현금을 동원한 엔 캐리트레이드는 아직 남아있다면서 이 돈이 철수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씨티 외환 애널리스트 타카시마 오사무도 "지금의 조정은 단지 (엔 캐리트레이드) 종막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타카시마는 현재 달러 당 147엔인 엔달러 환율이 2026년에는 129엔까지 추락하고, 2027년에는 116엔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엔달러 환율 하락, 엔 강세는 엔 캐리트레이드 철수를 가속화할 수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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