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디아스포라 원점-제물포항

경기일보 2024. 8.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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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로 떠들썩하던 게 1년여 전이다.

그런데 재외동포청 개청 1년을 즈음해 뜬금없이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제물포항과 연결됐던 월미도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려는 논의가 있어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이런 역사적 흔적과 기억을 간직한 제물포항을 버리고 바다를 메운 송도국제도시로 이민사박물관을 이전하려는 발상은 행정편의적이고 주객전도로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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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로 떠들썩하던 게 1년여 전이다. 그런데 재외동포청 개청 1년을 즈음해 뜬금없이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제물포항과 연결됐던 월미도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려는 논의가 있어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협소한 기존 박물관을 증축하는 방안과 별도로 ‘글로벌 톱 텐 시티’ 건설의 일환으로 이민사박물관과 재외동포청을 합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민사박물관 이전 대상지 중 하나로 송도국제도시 내 인천도시역사관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은 재외동포청 유치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인천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서울, 제주를 누를 수 있었던 건 한국인의 해외 진출 서막을 연 역사적 장소성을 간직한 제물포항(인천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미주 이민 100년을 맞아 개관한 한국이민사박물관 수장고엔 제물포항을 거쳐 해외로 나간 선조들의 이민사 자료가 수두룩하다.

전시 공간이 다소 비좁기는 하지만 1~4 전시실에는 미국 선교사이자 고종 황제 주치의였던 알렌(H.N.Allen)이 국내 첫 공식 이민 사업의 총책임자로 활동한 사실과 더불어 인천에서 시작된 이민사를 알려주는 각종 전시물을 선보이고 있다. 

제물포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1903년 1월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102명의 이주 개척사와 이후 미국 전역에 뿌리내린 한인들의 발자취, 구한말 만주와 연해주로의 이주, 1905~20년대 멕시코와 쿠바 등 중남미 진출.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의 독일 파견, 해외 입양 역사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제물포항 주변엔 구한말 종교시설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산업시설, 근대건축물이 국내에서 가장 많다. 답동성당, 성공회 내동교회, 대불호텔, 홍예문, 인천세관, 제물포구락부, 일진전기(옛 도쿄시바우라제작소)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김구 선생이 수감 생활하며 노역했던 인천감리서 터와 인천항 1부두 석축은 귀중한 역사 공간이다. 

인하공업전문대에 있는 대한민국 수준원점(해발고도 근원)처럼 제물포항은 ‘디아스포라 원점’과 다름없다. 하와이 이민에 앞서 민영익을 정사로 한 11명의 국내 첫 미국 견학 공식사절단 ‘보빙사’가 1883년 8월15일 제물포에서 떠났다. 김옥균, 이준, 나석주, 김마리아 같은 순국선열 애국지사의 해외 망명이나 국내 잠입 때도 제물포항을 거쳤다.

이런 역사적 흔적과 기억을 간직한 제물포항을 버리고 바다를 메운 송도국제도시로 이민사박물관을 이전하려는 발상은 행정편의적이고 주객전도로 비친다. 이민사박물관 바로 옆 옛 월미공원사업소와 군부대 이전 자리에 박물관을 얼마든지 증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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