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對 45분’… 지하주차장 전기차 진화, 스프링클러가 갈랐다

이영관 기자 2024. 8. 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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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선 작동 안해 피해 커져
지난 1일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근로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흘이 지난 4일 찍은 사진이지만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전기차 1대가 폭발하면서 주차된 차량 140여 대가 불타거나 파손됐다. 화염이 치솟으면서 전기 시설과 수도 배관 등도 녹아내렸다. /이덕훈 기자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까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대해 걱정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전기차는 한번 불이 나면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열 폭주’ 현상으로 진화가 어렵다. 게다가 한국은 아파트 주거 문화가 발달해 지하 주차장 리스크가 유독 크다. 비좁은 지하 주차장에는 전기차를 빠뜨려 진화하는 이동식 수조나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에 따라 화재 초기에 불길을 억제하는 스프링클러를 지하 주차장에 집중 설치하자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기차 화재 당시엔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 진화에 8시간 20분이 걸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하 주차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을 통해 지난 5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만 정상 작동해도 전기차 화재가 인접 차량으로 옮아붙는 것을 막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차량 아래에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해 작동시켰을 땐, 열 폭주 현상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배터리도 전소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된 적도 있다.

최근 신축 아파트는 어린이 보호와 조경 등을 이유로 아예 지상 주차장을 없애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하에만 주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천장과 바닥 등 스프링클러를 적극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지하 주차장에 설치되는 스프링클러 종류를 가정과 동일한 ‘습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배관에 항상 물이 차 있다가 화재 열기로 끝부분이 녹으면 물이 터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 지하 주차장에는 겨울철 동파 위험 때문에 배관에 물이 없는 채로 유지, 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하면 작동하는 방식의 ‘준비 작동식’이 설치돼 있다. 이 경우 감지기가 고장이 나, 작동 오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열재를 충분히 설치해 동파를 방지한다면, 습식이 화재 진압에 더 확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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