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출연연구소 모여… 세계 최정상 이차전지 4종 개발 시동

지난달 26일 대전 유성구에 자리 잡은 한국화학연구원 충·방전 실험실에는 사람 키만 한 이차전지 충·방전기 10여 개가 늘어서 있었다. 이 기기들은 동전 모양 ‘코인 셀’과 얇은 종이 모양 ‘파우치 셀’ 등 전지 1200여 개의 성능을 실험 중이었다. 연결된 컴퓨터에서는 각 전지의 용량과 수명 등이 그래프로 나타났다. 이 실험실에서 개발 중인 것은 종전 ‘리튬 이온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인 ‘리튬 금속 전지’다. 상온에 가까운 28도, 이보다 고온인 45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전지 성능을 시험하고 있었다. 이 연구를 이끄는 ‘시장 선도형 차세대 이차전지 혁신 전략 연구단’의 석정돈 단장은 “현재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L당 400~500Wh(와트시) 정도”라며 “이를 L당 800Wh까지 끌어올려 한 번만 충전해도 서울~부산을 왕복(800여㎞)할 수 있는 리튬 금속 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초격차 기술로 차세대 이차전지 선점”
차세대 이차전지 전략 연구단이 리튬 이온 전지를 뛰어넘을 새로운 이차전지 개발에 착수했다. 이 연구단은 앞서 지난 6월 ‘글로벌 TOP(톱) 전략 연구단’으로 최종 선정됐다. 글로벌 톱 전략 연구단은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 간 칸막이를 허물어 국가적 임무 중심의 개방 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올해 출범했다. 차세대 이차전지 전략 연구단에는 총괄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화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출연연 7곳이 참여한다. 이번 연구단은 2028년까지 5년간 높은 에너지 밀도와 초경량, 높은 안전성과 소재 자립에 특화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과 조기 상업화를 위한 제조·공정·장비 기술을 개발한다.
현재 휴대용 전자 기기와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전지는 성능이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고 화재 위험성으로 활용 범위가 제한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능과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이차전지가 필요한 이유다. 세계 주요국은 차세대 이차전지로 전환하고자 대규모 재원을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7년부터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 연구소(PNNL) 등 국책 연구소들과 대학 등으로 구성한 ‘배터리 500′ 컨소시엄을 통해 리튬 금속 전지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차세대 이차전지 R&D를 위해 미국첨단배터리컨소시엄(USABC)에 6000만달러(약 82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2억유로(약 3000억원)를 들여 ‘배터리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의 차세대 이차전지 혁신 전략 연구단은 초격차 기술을 선점해 상용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7대 초격차 기술 분야로는 고(高)에너지 밀도, 초경량, 높은 안전성, 소재 자립, 고속 충·방전, 저탄소 등을 꼽았다. 연구단이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인 ‘리튬 금속 전지’, 무게를 대폭 낮춰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리튬 황전지’, 폭발 위험이 극도로 낮은 ‘전고체 전지’, 수입 의존도가 낮은 ‘비리튬계 전지’ 등 전지 4종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이를 위해 부품과 부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공정·장비 기술도 개발한다. 2028년까지 5년간 예산으로 총 1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차전지 대기업 등 산업계 적극 동참
연구단은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기차 화재 사고가 약 50% 줄어들고, 수송 분야 온실가스도 약 60%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차전지 전략 연구단에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대 이차전지 대기업이 모두 기술 수요 기업으로 참여했다. 또 대학과 중소기업들도 동참해 총 69기관이 연구단과 함께할 계획이다. 연구단은 기업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난제 기술 개발을 연구단이 담당하고, 기업의 수요에 따라 향후 개발 방향을 조정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정돈 단장은 “차세대 이차전지는 국가의 경제적·안보적 이해관계와 직결된다”며 “산학연(産學硏)의 인력과 기술력을 결집해 세계 1등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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