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 1인 가구 늘어… 분리배출 열기가 식어간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륜동 한 원룸촌. 골목에 쓰레기 봉투 수십 개가 쌓여있었다. 반투명한 종량제 봉투 안을 들여다보니 배달 음식 용기, 카페 일회용컵, 컵라면 종이 용기 등 여러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다. 플라스틱·캔·병 등 재활용되는 쓰레기를 따로 담은 비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종량제 봉투 안엔 배달 음식 용기에 묻은 음식물이 더운 날씨에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한 주민은 “분리 배출이 귀찮기도 하고, 혼자 살다 보니 종량제 봉투 하나를 다 채우는데도 시간이 걸려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넣어 버리고 있다”고 했다.
쓰레기 재활용 순환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분리 배출이 저조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배달 음식과 새벽 배송 등 쓰레기가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로 생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지만, 분리 배출과 재활용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의 혼합 배출량이 분리 배출량을 역전하면서 “분리 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면 국내 재활용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분리 배출은 양과 질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분리 배출된 쓰레기는 선별장으로 넘어가 플라스틱 재질·오염도 등에 따라 한 번 더 골라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본지가 경기 분당과 안성의 선별장을 방문한 결과,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 뭉치에 다른 재활용 품목이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선별장 관계자는 “플라스틱이라고 분류된 걸 가져왔는데 음식물 쓰레기부터 과도, 깨진 병, 심지어 고양이 사체가 나오기도 한다”며 “페트병에 담배꽁초를 넣고 버리거나, 기저귀·생리대 같은 일반 쓰레기 품목을 분리 수거함에 넣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현재는 선별 기술에도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AI) 선별’ ‘광학 선별’ 등 선별을 고도화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돼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까진 사람 일손을 덜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플라스틱 빨대나 뚜껑, 약통 같은 ‘작은 플라스틱’을 잡아내거나 플라스틱 재질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등의 핵심 선별 과정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선별장에선 작은 플라스틱은 애초 골라내기를 포기하고 포대에 담아 소각장 등으로 넘겼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1340만8846t이다. 이 중 하루 평균 300kg 이상 폐기물이 발생하는 대형 사업장과 건설 현장에서 내놓는 폐플라스틱이 전체의 4분의 3이고 가정과 소규모 식당·카페 등에서 배출하는 게 4분의 1이다. 사업장 폐기물은 재활용률이 81.8%이지만, 생활 폐기물의 경우 51.5%에 그친다. 생활 폐기물의 재활용률이 낮은 건 가정과 식당 등에서 일부는 열심히 분리 배출하지만 나머지는 값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일반 쓰레기와 혼합 배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리 배출되지 않는 플라스틱은 소각·매립된다.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 가운데서도 또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물질 재활용’의 비율이 67.4%에 그친다. 물질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세척하고 잘게 부숴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으로, 가장 친환경적 방식이다. 나머지 32.6%는 플라스틱을 소각, 발생한 열에너지를 발전 등에 활용하는 ‘열적 재활용’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중 3개꼴로 상대적으로 환경 오염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분리 배출 정책은 2003년 플라스틱·종이팩·금속캔·유리병 등 4종을 대상으로 시작해 현재는 종이·비닐·의류 등 11종까지 품목이 확대됐다. 환경 인식이 높아지고 재활용 확대에 대한 국민의 호응이 더해지며 분리 배출이 탄력을 받아온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런 흐름이 정체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다. 그동안은 국민 각자의 양심에 분리 배출을 맡겨왔고 일정 수준까진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환경 당국에서는 일부 단독 주택이나 연립·빌라 밀집지, 원룸촌 등에서 분리 배출이 상대적으로 덜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지자체 등이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성의껏 분리 배출한 쓰레기가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어떤 환경적 효과가 있는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분리 배출과 선별을 고도화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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