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역경 극복의 아이콘… “부상 후 무너졌을 때 음악이 생명줄 됐죠”
영국 가수 톰 그레넌(29)은 모국에서 ‘역경을 극복한 스타’로 꼽힌다. 루턴타운FC, 애스턴 빌라 등에서 유소년 축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18세 때 길거리 괴한의 습격으로 상해를 입고 꿈을 접었다. 이후 찾아온 우울증을 쫓고자 기타를 잡았고 3년간 길거리 공연을 펼쳤다. 2021년 데뷔 5년 만에 ‘영국판 그래미’로 불리는 브릿어워드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랐다. 일간 가디언은 그를 “깊이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우리 옆집의 젊은이 같은 팝스타”로 평가했다
그레넌은 6월 초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로 첫 내한 공연을 했다. 올 하반기엔 2년 만에 새 앨범을 발매한다.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그는 “데뷔 초 영국까지 찾아와 응원해 준 한국인 팬들을 잊을 수 없다”며 “한국은 어렵던 신인 시절 지지를 보내준 고마운 나라”라고 했다. 그는 “K팝과 한국 패션을 좋아한다. 특히 블랙핑크의 팬”이라며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처럼 들리는 노래 방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영국에서 그레넌은 살짝 목을 긁어 호소력을 배가한 음색, 시원하게 고음을 지르는 가창력, 다채로운 록사운드 기반의 자작곡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음원 회사 PPL이 발표한 ‘2023년 영국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가수 톱10′ 차트에서 마돈나, 해리 스타일스 등을 제치고 8위에 올랐다. 국내에선 대표곡 ‘Found What I’ve Been Looking For’가 유명 축구 게임 ‘FIFA18′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면서 한국 남성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축구 대신에 받아들이게 된 음악은 이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레넌은 “축구 선수 시절, 부상을 당하기 전부터 나보다 공을 잘 차는 선수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반면, “음악은 내 생명줄이자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는 기분을 처음 맛보게 해준 존재”라고 했다.
그레넌은 “영국에선 아주 어릴 때부터 응원하는 축구팀이 정해진다. 남부 출신인 우리 가족 대다수는 리버풀 팬이지만, 난 줄곧 맨유를 응원했고, 현재는 아일랜드계 할머니에 대한 애정으로 코벤트리 시티를 지지한다”면서 “다만 FIFA 게임에선 이기기 위해 홀란드(노르웨이 출신 맨 시티 스트라이커)를 쓴다”며 웃었다.
새 앨범에서는 어떤 곡을 주요 스트라이커로 선보일까. 그레넌은 “일반적인 팝은 하고 싶지 않다. 제임스 브라운(미국 소울 뮤직의 대부)처럼 선배 팝 가수들의 노래 방식은 자주 모험을 감수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음악은 집짓기와 같다. 한 음 한 음 벽돌처럼 단단히 쌓아 올려 쉽게 날아가지 않는, 나만의 튼튼한 노래를 짓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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