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서 독립된 ‘여야정 협의체’로 민생 법안만 전담하길
국민의힘 김상훈,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7일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각자 당론으로 추진하는 법안들을 살펴보니 악덕 부모의 자녀 재산 상속을 막는 ‘구하라법’, 의사 파업 공백을 메울 간호법 제정, 범죄 피해자 유족에게 구조금을 지급하는 법안 등은 이견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폭염 속 취약 계층에 대한 전기료 감면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민생 합의는 22대 국회 시작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생·경제 법안은 한두 개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은 연말까지 손보지 않으면 설비투자에 대한 법인세액 공제율이 15%에서 8%로 반 토막 난다. 금융 사고 때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액 등을 대신 지급하는 예금자보호법도 이달 말 적용 기한이 끝난다. 기한 연장이 안 되면 보험료 수입이 연간 7000억원 이상 감소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은 서두르지 않으면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원전이 차례로 문을 닫아야 한다. 법관 증원으로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 세계 최악의 저출생 극복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법안 등도 급하다. 여야 이견도 거의 없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두 달 새 특검법 9건과 탄핵안 7건을 쏟아냈다. 이재명 전 대표 방탄 아니면 윤석열 정부 흔들기로 시간을 보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나 ‘노란봉투법’처럼 정부·여당과 견해차가 커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한 법안들만 밀어붙였다. 국민의힘도 21대 국회 막판에 민주당이 국민연금 ‘내는 돈 13%, 받는 돈 44%’ 개혁안을 받겠다고 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이며 처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여야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의 처리도 거부했다. 여야 모두 민생은 말뿐이었다.
이날 여야는 민생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도 공감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나 ‘민생 회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늦었지만 많은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다. 지금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을 보면 국회가 정쟁에서 헤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쟁과 관련이 없는 민생 법안을 분리해 처리할 수는 있다. ‘여야정 협의체’는 정쟁 문제는 일절 다루지 말고 민생 법안만 논의해 합의가 되면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 여야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