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회, 상생’ 삭제, 당 강령까지 이재명 색깔로 바꾸는 민주당

조선일보 2024. 8. 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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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7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문진법 표결에 앞서 정청래 의원과 대화를 하던 중 주말 내내 지속된 전당대회 등으로 피곤한 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의 헌법인 강령을 개정하면서 ‘의회’나 ‘상생(相生)’을 삭제하고 ‘개딸’로 상징되는 당원의 권한 강화에 나선다고 한다. 민주당은 상생 대신 ‘더 강한 민주주의’, 그리고 이재명 전 대표의 개인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한 강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개정안은 새 당대표가 결정되는 18일 전당대회 때 의결될 예정이다.

강령 개정안은 171석의 거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가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일방적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기존의 ‘시민 중심 민주주의’는 ‘강한 민주주의’로 변경됐고, ‘대화와 타협’이 빠진 자리에 ‘당원 중심 대중 정당’이 추가됐다. 강경 노선 천명이다. ‘당내 민주주의 강화’는 ‘당원 참여 강화’로 바뀌었다. ‘강한 민주주의’는 최근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이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같은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두 달 사이에 탄핵안 7건과 특검법 9건을 쏟아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민’ 대신 ‘당원’을 강조한 것은 민심보다는 당심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민주당은 ‘개딸’로 상징되는 이 전 대표 강성 지지층에 의해 좌우되는 정당이 됐다. 민주당은 당대표와 국회의원 후보 선출뿐 아니라 원내대표나 국회의장을 선출할 때도 개딸들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커질수록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새 강령에 이 전 대표의 ‘기본사회’가 들어간 것을 두고 사당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소득 주도 성장’을 강령에 넣더니 문 정부가 끝나자 이를 삭제하고 대신 ‘포용 성장’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당대표나 주도 세력이 바뀔 때마다 당의 강령을 고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22대 국회 들어 의정 활동의 대부분을 이 전 대표 방탄에 할애하고 있는 민주당의 강령에 ‘기본사회’까지 들어간다면 사실상 ‘이재명 개인 정당’임을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가 9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고, 그의 지지를 얻은 최고위원 후보들은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당 지도부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길게 보면 8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민주당이 이토록 사당화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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