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79] And how’s that worked out for you?
온종일 수하물 나르는 일을 하다가 퇴근한 파로크(이후 프레디 머큐리), 옷을 갈아입고 클럽에 가는 길. 방금 들어온 아버지가 프레디를 보자마자 쓴소리를 한다. “또 나가냐, 파로크(Out again, Farrokh)?” 멋대로 영어식 이름으로 바꾼 프레디가 쏘아붙인다. “이제 프레디라니까요(It’s Freddie now, Papa).” 아버지는 철없어 보이는 아들의 행동이 영 탐탁지 않다. “프레디든 파로크든 앞일은 뒷전이고 밤마다 나가는데 뭐가 다르냐(Freddie or Farrokh, what difference does it make when you’re out every night no thought of the future in your head)?” 프레디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흘려버리고 집에서 뛰쳐나온다. 전설적인 뮤지션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2018·사진)’의 첫 장면이다.
그 길로 클럽에 찾아간 프레디(라미 말렉 분)는 마침 밴드 멤버를 찾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를 만나 전설적인 밴드 퀸을 결성한다. 퀸은 그 후로 영국을 뒤흔드는 최고의 인기 밴드가 되지만 프레디는 갑작스러운 성공에 취해 가족과 친구들도 내치고 방탕한 생활을 즐긴다. 결국 혼자가 된 프레디는 문득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 네가 추구할 건 그런 거야(Good thoughts, good words, good deeds. That’s what you should aspire to).” 그제야 후회가 찾아온다. “그렇게 살아서 성공하셨어요(And how’s that worked out for you)?”라며 쏘아붙이던 프레디는 이제야 아버지의 진의를 깨닫고 다시 무대로 향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