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리스크…머스크와 트럼프 덕분에 더 커졌다
[편집자주]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민주당의 전기차 산업 육성정책 수혜를 받아왔던 테슬라가 정치적 위험에 처해있다.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기로 하면서 CEO 리스크가 회사에 실질적인 손해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재선 성공률이 높았지만 상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전격 교체된 이후 갑작스러운 지지율 하락으로 재선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이나 그 이후의 정치적 보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머스크의 정치성으로 인해 이미 테슬라 고객군이 일부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현지시간) 유럽 대형 약국체인 로스만(Rossmann)은 전일부터 테슬라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 지지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로스만은 성명을 통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발언과 테슬라가 자사 제품으로 표현하는 가치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라고 거듭해서 표현했는데 이러한 태도는 전기 자동차 생산을 통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려는 테슬라의 사명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스만은 연간 약 180대의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고 있어 테슬라에 단면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CNBC는 이에 대해 이 유럽계 회사가 테슬라 구매를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머스크의 정치적 선택이 미국을 넘어 자동차 제조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고, 트럼프 지지 단체인 아메리카 팩(America PAC)에 기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조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TV공개토론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만약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극이라고 불러왔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선된다면 대통령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시키겠다고 주장한다.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공화당원들은 2022년 후반 트위터(현재 엑스-X)를 개인적으로 사들인 머스크를 더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는 전기차 사업으로 돈을 벌었지만 트위터 같은 뉴미디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진보 쪽으로 편향돼 왔다며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우향우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원들의 호감을 샀을지언정 트위터 인수가 전기차 판매량을 증가시키지는 못했다. 퓨 리서치(Pew Research)는 트위터 인수 후 우파적 색깔을 드러낸 머스크 덕분에 좌파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추락했고, 오히려 전기차를 지지하던 좌파들마저 그를 외면하게 된 것으로 본다.
유럽 기업인 로스만의 결정은 이런 사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테슬라의 전체 매출은 지난 2분기에 2% 증가했지만, 자동차 매출은 1년 전 같은 분기의 212억 7000만 달러에서 7% 감소한 199억 달러에 그쳤다. 머스크는 테슬라라는 기술 기업을 만들어 자동차 업계를 혁신할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그의 성공은 스스로 벌이는 기행과 정치적 발언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머스크는 특히 엑스 인수 후 반유대주의 성향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광고주 이탈을 맞았고. 이후 한 컨퍼런스에서는 떨어져 나간 광고주들에게 육두문자를 쓰며 비난했다가 더 큰 사회적 반발을 맞았다.
테슬라 보이콧을 선언한 로스만의 매장 절반은 독일에 있다. 머스크는 2022년 독일 브란덴부르크(베를린 외곽)에 공장을 열었고, 현지인 수천 명을 고용했지만 민심은 처음만큼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테슬라가 브란덴부르크에서 숲의 일부를 훼손하고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공업용수를 사용하려하자 독일 환경 운동가들은 시위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3월 그 시위자들을 향해 엑스 게시물로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멍청한 생태 테러리스트이거나 좋은 환경적 목표가 없는 사람들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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