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도 野도 단독으론 아무것도 못해’… 이젠 알 때 안 됐나

2024. 8. 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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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책위의장이 어제 22대 국회 들어 첫 만남을 갖고 견해차가 크지 않은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도 각각 '여야정 민생 협의체'와 '정부-국회 간 상시 정책협의기구'의 구성을 제안하며 협치를 위한 모임 구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일단 여야가 민생법안들을 정쟁에서 떼어내 '민생 트랙'을 가동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지만 그것은 견해차가 작은 일부 법안에 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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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오전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여야 정책위의장이 어제 22대 국회 들어 첫 만남을 갖고 견해차가 크지 않은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도 각각 ‘여야정 민생 협의체’와 ‘정부-국회 간 상시 정책협의기구’의 구성을 제안하며 협치를 위한 모임 구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표로 확실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22대 국회 두 달이 지나도록 여야가 무한 정쟁을 반복하던 터에 처음으로 협치를 위한 실마리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간 거대 야당의 법안·탄핵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 후 폐기 순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따가운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태도 변화일 것이다. 물론 거기엔 아무런 소득이 없는 소모적 정쟁에서 여야 모두 제 풀에 지친 탓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도 잠깐의 여론 눈치 보기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일단 여야가 민생법안들을 정쟁에서 떼어내 ‘민생 트랙’을 가동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지만 그것은 견해차가 작은 일부 법안에 한정돼 있다. 더욱이 그간 여야는 정쟁이 가열되면 모든 것을 연계해 멈춰 세워 왔던 터라 이번에도 여차하면 다시 대결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여야의 ‘정쟁 트랙’은 여전히 요란하게 굴러가고 있다. 정부는 그제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 4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도 같은 수순이 사실상 예고돼 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22대 국회에 제출한 법안 192건 중 의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지금 여야는 모두 큰 착각에 빠져 있다. 각각 쥐고 있는 정부 권력과 국회 권력에 취해 그 힘을 최대치로 쓰면 결국 상대가 나가떨어질 것이라며 절제할 줄 모른다. 이런 치킨게임 속에 애꿎게 희생자가 되는 건 민생이 절박한 국민들이다. 출렁이는 글로벌 증시와 서민 생존을 위협하는 폭염 등 눈앞의 문제는 물론 더 늦출 수 없는 연금개혁 등 여야가 함께 풀어가야 할 일은 하나둘이 아니다. 그 시작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각성이다. 여야 어느 쪽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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