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여행[이은화의 미술시간]〈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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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입은 두 여성이 기차 1등석 칸에 마주 앉아 있다.
고급스러운 회색 실크 드레스,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모자, 윤기 나는 갈색 머리 등 두 여성은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닮았다.
당시는 사회적 변화와 철도망의 확장으로 여성 혼자 또는 여성들끼리 기차 여행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림 속 두 여성도 남성 보호자 없이 기차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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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입은 두 여성이 기차 1등석 칸에 마주 앉아 있다. 고급스러운 회색 실크 드레스,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모자, 윤기 나는 갈색 머리 등 두 여성은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닮았다. 이들은 대체 누구고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좁은 객차 안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외모만 보면 쌍둥이이거나 자매로 보인다. 그런데 서로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이도 많다. 오른쪽 여성은 고개를 숙인 채 책을 읽고 있다. 긴 머리는 단정하게 묶어 올렸고, 옆에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무릎 위 모자에 달린 붉은 깃털은 빳빳하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반면, 왼쪽 여성은 벽에 머리를 댄 채 졸고 있다. 머리는 느슨하게 풀렸고, 모자 깃털도 낡고 헤졌다. 장갑 낀 오른쪽 여성과 달리 맨손이고, 옆에는 꽃 대신 과일 바구니가 놓여 있다.
어쩌면 이 그림은 쌍둥이가 아니라, 한 사람이 가진 두 가지 측면을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가 강요하는 이상적인 여성상과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적이고 교양 있는 여성과 먹고 자고 게으르고 싶은 본능을 한 화면 안에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행 때만이라도 느슨해지길 바라서일까. 왼쪽 여성에게 왠지 더 공감이 간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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