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표팀 P카드 안재현-김나영, “역사에 남지도, 메달을 목에 걸지도 못하지만 팀 도울 수 있어 기뻐” [비하인드 파리]

파리|권재민 기자 2024. 8. 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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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까지 따라갔지만 팀이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도 역사에 함께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

탁구국가대표팀 P카드(예비멤버) 남자부 안재현(25·한국거래소·세계랭킹 22위)과 여자부 김나영(19·포스코인터내셔널·39위)의 이야기다.

애초 정식 AD카드도 발급받지 못해 안재현과 김나영은 선수촌 대신 인근 숙소에 묵어야 했다.

오른손 올라운더 유형인 김나영도 여자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마주한 선수들과 유사해 '가상의 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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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국가대표팀 안재현(왼쪽)과 김나영은 2024파리올림픽에 P카드로 참가했다. 비록 경기에 뛰지 못하고 메달수상자로 이름을 남길 수도 없지만 동료들의 훈련을 도우며 뜨거운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28LA올림픽에선 꼭 정규엔트리에 승선하겠다”고 입을 모았다.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파리까지 따라갔지만 팀이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도 역사에 함께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 남자 선수의 경우 병역특례를 받을 수도 없다. 부상자가 발생해 교체멤버로 투입되지 않는 이상 경기에 뛸 수도 없어 동기부여를 갖기 힘든 조건이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동료들의 훈련을 열심히 돕고, 뜨거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탁구국가대표팀 P카드(예비멤버) 남자부 안재현(25·한국거래소·세계랭킹 22위)과 여자부 김나영(19·포스코인터내셔널·39위)의 이야기다.

주세혁 감독(44)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장우진(29·세아 후원·13위)-임종훈(27·한국거래소·29위)-조대성(22·삼성생명·21위), 오광헌 감독(54)이 지휘하는 여자대표팀은 신유빈(20·대한항공·7위)-전지희(32·미래에셋증권·15위)-이은혜(29·대한항공·44위)로 구성됐다. P카드 안재현과 김나영은 국가대표 선발전 차순위로 각각 조대성과 이은혜에 간발의 차로 밀려 정식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안재현은 2021년 2020도쿄올림픽에 이어 2024파리올림픽에서도 P카드 승선에 그쳤다. 그러나 특유의 손 재주를 앞세워 동료들이 까다로운 공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2028LA올림픽에선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꼭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애초 정식 AD카드도 발급받지 못해 안재현과 김나영은 선수촌 대신 인근 숙소에 묵어야 했다. 단체전이 시작한 4일부터 AD카드를 발급받아 겨우 선수촌에 입소할 수 있었다. 아쉬움과 짜증이 클 법도 하지만 다행히 덤덤하다. 오히려 지금의 P멤버 경험이 향후 탁구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파리에 왔다.

특히 2021년 2020도쿄올림픽에 이어 2대회 연속 P카드로 합류한 안재현의 포부가 인상적이다.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3번이나 출전했고, 2023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나섰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안재현은 “나 역시 올림픽에서 한국탁구와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애국심을 갖고 왔다. 소속팀 유남규 감독님께서도 ‘인정할건 인정하자’고 다독여주셔서 동료들을 돕는 데만 집중했다”며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모두 대회 열기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저 묵묵히 동료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김나영은 2023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파리올림픽에서도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른손 올라운더인 플레이스타일을 앞세워 ‘가상의 적’으로서 언니들의 훈련을 도왔다. 그는 “2028LA올림픽엔 죽기살기로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한국실업탁구연맹
김나영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언니들을 도왔다. ‘에이스’ 신유빈이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신음한 사이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쥐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운이 부족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됨에 따라 이듬해 다시 치른 선발전에서 아쉽게 항저우행 티켓을 잡지 못했다. 파리올림픽 역시 간발의 차로 출전권을 놓쳤다. 김나영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출전 불발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올림픽의 치열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많이 배우고 있다”며 “동료들의 훈련을 도우는 과정에서 나 역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록 정식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안재현과 김나영의 대표팀 내 역할이 매우 컸다. 손재주가 좋은 안재현은 훈련 시 동료들에게 다양한 구질의 공을 쳐주면서 훈련 분위기를 실전 같이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오른손 올라운더 유형인 김나영도 여자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마주한 선수들과 유사해 ‘가상의 적’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8LA올림픽에선 조연이 아니라 주연을 꿈꾼다. 안재현은 “2028LA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실수 없이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고 싶다”고 얘기했다. 김나영도 “지금까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기술과 정신력 모두 미성숙하다고 느꼈다. 콰이만(중국·42위), 하리모토 미와(일본·8위) 등 또래 선수들과 붙을수록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언니들의 컨디션 관리 요령과 장점 등을 흡수하겠다. 2028LA올림픽 출전을 위해 죽기살기로 부딪혀 보겠다”고 다짐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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