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0조 매출에도 못 웃었다”…쿠팡 충격의 적자, 1628억 과징금 쇼크 여파

명암 엇갈린 2분기 실적
매출 10조원 첫 돌파에도
거액 과징금·파페치 손실로
8분기만에 342억 영업적자
이달 회원료 인상역풍 주목

쿠팡 배송 차량 [이충우 기자]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색순위 조작 혐의로 1628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으면서 8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은 2분기 전반적인 소비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조원 돌파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34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쿠팡은 멤버십 요금 대폭 인상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최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7일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2분기에 10조3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조6749억원과 비교해 30%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첫 영업흑자를 낸 이후 2년간 이익을 달성했으나 이번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쿠팡이 적자를 낸 주요 이유는 공정위 과징금 추정치를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약 1630억원의 과징금이 나올 것으로 보고 판매관리비 부문에 해당 금액을 반영했다. 작년 말 인수한 파페치의 영업손실도 약 400억원 가량 반영됐다. 쿠팡 측은 “파페치 손실과 공정위 과징금 추정액을 제외할 경우 이번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약 1699억원”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소비 침체 국면에서도 분기 매출을 1년새 30%나 늘린 것을 두고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최근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은 쿠팡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에 1628억원의 과징금을 담은 시정명령 의결서를 전달했다. 의결서에는 향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동원한 후기 작성 등 불법 행위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의결서를 수령해 대응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이 자체브랜드(PB)와 직매입 상품의 검색 순위를 우대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후기를 조작했다며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소비자들이 쿠팡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가 익일배송이란 편리함 이외에도 값싸고 믿을 만한 품질의 PB와 직매입 상품을 쉽게 확인해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의 PB와 직매입 상품 진열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쿠팡 입장에서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쿠팡 유료멤버십 가격 추이

쿠팡이 이날부터 유료 ‘와우 멤버십’의 월간 이용료를 7890원으로 종전 대비 58% 올린 것도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2018년 10월 유료멤버십을 처음 내놓으면서 일반상품 무제한 무료 배송과 반품·교환 서비스, 신선식품 익일배송 서비스(1만5000원 이상시 배송비 무료)를 제공했다. 출시 2년 만에 유료 이용자 600만명이 모였다. 2022년 6월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리기도 했지만 작년말 기준 유료 멤버십 고객은 1400만명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이용자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쿠팡이 큰 폭으로 요금을 인상하면서 이번엔 이탈하는 고객이 꽤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한편에선 티메프 사태로 인해 직매입이 대부분(90%)인 쿠팡에 대한 셀러들과 소비자들의 신뢰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엇갈린 관측도 나온다. 음식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오는 20일부터 배달비 무료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월 3900원의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기로 한 것도 쿠팡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단지 무료배송 뿐 아니라 무료 반품과 독점 할인 혜택, 무료 비디오 스트리밍까지 즐길 수 있다”면서 쿠팡 멤버십의 가성비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