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파리] “헤어질 때가 왔다” 8강 탈락팀 감독들은 어떤 말을 남겼나
▲브라질 알렉산다르 페트로비치 감독 |
브라질의 알렉산다르 페트로비치(65) 감독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릴 피에르 모로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농구 8강에서 미국에 87-122로 패한 후 8강전 패배 후 엑스(X)를 통해 인사를 남겼다.
“브라질 농구의 환상적인 여름이었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우리는 미국 드림팀과의 경기로 여정을 마치게 됐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페트로비치 감독이 남긴 코멘트다.
지난 4월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게 된 페트로비치 감독은 크로아티아의 농구 스타였던 고(故) 드라젠 페트로비치의 형이다. 그러나 혈연관계를 떠나 지도자로도 훌륭한 커리어를 이어왔다.
프로팀을 떠나 최근 대표팀만 맡아왔던 그는 험난했던 올림픽 최종예선 토너먼트를 뚫고, 브라질을 8강에 올렸기에 당분간은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전망이다. 본지 편집인이자 KBS 올림픽 해설을 맡고 있는 손대범 해설위원은 “올림픽 초반만 해도 실책도 많고 어수선했다. 그렇지만 분위기를 잘 정리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미국을 만난 건 불운한 일이지만 작년부터 이런저런 부상으로 어수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정은 훌륭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캐나다 조르디 페르난데스 감독 |
캐나다는 2023년 FIBA(국제농구연맹) 농구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 눈부신 약진을 보인 팀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24년 만에 올림픽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캐나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올림픽 조별리그에서도 3전 전승으로 8강에 올랐다.
그러나 월드컵에 비해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의 에이스 역할은 훌륭했지만 ‘팀’으로 봤을 때는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손대범 위원은 “작년에도 NBA 선수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10명으로 더 늘었다. 그러나 재능이 늘었다고 전력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캐나다가 잘 보여준 것 같다. 자말 머레이의 가세가 SGA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캐나다가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확실한 에이스를 중심으로 팀원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캐나다는 8강에서 홈팀 프랑스에 73-82로 졌다. 전반부터 끌려다닌 결과였다. 페르난데스 감독은 경기 후 “프랑스의 에너지와 피지컬을 따라잡지 못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라이벌의 홈에서 경기를 할 때면 의심이 가는 판정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부분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심판들이 전한 몇몇 설명은 이해가 안 가고 실망스럽다. 우리는 이곳에 5대5로 싸우려고 왔다”라며 판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페르난데스 감독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브루클린 네츠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귀국과 동시에 감독으로서의 데뷔 시즌을 준비한다. 당장은 굵직한 국제대회가 없기에 캐나다 역시 변화를 논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브라이언 고지안 감독 |
고지안 감독은 대회 직후 “이제는 헤어질 때가 왔다”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마침 그는 호주리그 NBL 시드니 킹스의 신임 감독으로 내정된 상황이다.
비록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 획득은 실패했지만, 변화의 기로에 서있던 호주 대표팀의 신구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카고 불스의 조시 기디가 2023년 월드컵에 이어 한 단계 더 스텝업했다.
다만,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올림픽을 치른 패티 밀스의 대를 이을 에이스로 보기에는 아직 불안하다. 그러나 호주는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나라인 만큼, 후임 감독이 시스템을 잘 꾸린다면 언제든 국제무대의 강자가 될 저력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NBA 출신 호주 레전드인 앤드류 보거트는 “다시 밑바닥부터 다져가야 한다. 호주, 유럽, 미국에서 다양한 후보자를 추려서 누가 팀 문화를 잘 만들 수 있는 인물인지 가려야 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리스 바실리스 스패눌리스 감독 |
2021년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2023년 가을부터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올림픽과 같은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셈.
감독이 된 뒤 전술가로서도 좋은 평을 받았던 스패눌리스지만, 노장 감독들의 순간적인 전술 변화에 늦게 대처하는 등 아직은 초보 지도자 티가 많이 났다. 또 다른 단적인 예가 야니스 아데토쿤보에 대한 과한 의존도였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사실, 아데토쿤보가 없을 때 그리스의 전력을 보면 의존을 안 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리고 모든 팀 감독들이 3명, 4명을 수비로 붙일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 그 선수에게 의존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데토쿤보를 도울 인물이 부족해 보였다는 점이다. 다음 국제대회에도 아데토쿤보가 그리스 선수로 나올 지 모르겠지만 그의 전성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은 시간 동안의 과제는 그와 함께 할 코어를 확실히 찾아내고 키우는 일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독일 고든 허버트 감독 |
그러나 허버트 감독은 일찌감치 협회 측에 올림픽이 대표팀 감독으로 치르는 마지막 대회라고 못을 박았다. 이미 올림픽 기간 중 선수단에게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허버트 감독은 대표팀보다는 프로팀 감독을 원했다. 마침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 손을 내밀었고, 허버트 감독도 계획을 수정해 프로팀에만 집중하겠다고 뜻을 굳혔다.
허버트 감독은 독일 대표팀을 “내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팀”이라면서도 “인생이란 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며 선수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과연 ‘마지막’을 정해둔 허버트 감독과 독일 대표팀의 동행이 어떤 마침표를 찍게 될 지 궁금하다.
한편, 올림픽 무대는 이제 4강으로 옮겨져 8일부터 경쟁을 이어간다. 독일은 홈팀 프랑스, 미국은 세르비아와 재대결을 갖는다.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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