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안세영과 함께 가길 원한다. 그러나···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의 폭탄선언 이후, 이틀간 침묵했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선수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안세영과 대표팀 안에서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동시에 안세영이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인터뷰로 주장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는 해명하고 일부 내용은 반박했다. 공식입장 표명이 늦은 만큼 정확한 사실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대표팀 감독과 코치 4명의 확인서에 서명까지 첨부했다.
협회는 임원단이 귀국한 7일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여자단식 결승전 직후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로 인하여 파리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장을 무겁게 만든 점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선수단이 귀국하는데로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소상히 그 내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위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안세영 선수의 귀국 후 열린 마음으로 심도 있는 면담을 통하여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안세영 선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협회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표팀은 안세영과 싸우고 결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협회가 밝힌 내용은 안세영이 지난 이틀 동안 주장한 바와 반대되는 내용이 많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하겠다고 했고 정치권까지 나서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라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무릎 오진부터 파리 플랫폼 발목 부상까지
대표팀은 먼저 최초의 오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금메달 획득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이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안세영은 이후 귀국해 검진을 받았고 무릎 인대가 손상돼 2~4주 뒤 회복된다고 진단받았다. 상당히 빨리 대회에 복귀했으나 계속 기복이 심하고 완쾌되지 않자 5월에 SNS를 통해 “재검진 결과 올림픽 전까지는 회복될 수 없다고 한다”며 첫 검진이 오진이었다고 밝혔다. 안세영이 말한 대표팀의 ‘안일함’의 발단이 이 오진 단계라는 의혹이 있었다.
협회는 안세영이 아시안게임 뒤 검진을 받은 날짜와 동행한 대표팀 트레이너, 진단 내용 등을 소상히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당시 검진은 협회가 연결한 병원이 아닌 안세영이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행됐다. 당시 11월14일 시작된 일본마스터즈부터 11월26일까지 진행된 중국마스터즈까지 2개 대회에는 출전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안세영은 소속 팀 삼성생명에서 재활훈련을 했고 본인의 강한 의지로 2개 대회를 모두 출전했다.
이후 올해 1월 말레이시아오픈 우승 후 인도오픈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8강에서 기권했고 당시 안세영은 조기귀국을 원했지만 대표팀은 귀국해도 주말이라 즉시 검진이 어려우니 휴식을 취하고 선수단과 같이 귀국해 검진을 받게 했다고 했다. 당시 인도 현지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현지 검진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을 덧붙이며 12명 대표팀 선수 중 안세영에게는 2월부터 전담 트레이너를 지원해 관리와 회복을 도왔다고 밝혔다.
또 파리 도착후 발목 부상에 대해서는 힘줄 손상 소견을 받아 대한체육회와 협의 하에 체육회의무팀 치료 지원과 파리 내의 한의원 진료 지원이 가능했으나 안세영이 원해서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해 1100만원 이상의 경비를 소요해 치료시켰다고 했다. 다만 부상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전력 노출을 우려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세영은 “대표팀이 내 부상에 대해 안일하게 대했다”고 발언하면서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협회는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오진 상황, 인도오픈 당시 조기귀국 조치하지 못한 상황, 파리 도착 후 발목 부상 이후 조치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다. 협회는 “어떠한 부분에서 오진으로 안세영이 고통받았는지 확인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수정 쌤’에 대하여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면서부터 현지에서 대회를 마치고도 “수정쌤”을 수없이 언급했다. 금메달을 딴 직후 협회를 비난하면서도 “수정 쌤이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시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같이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별 예선 기간에도 “가끔은 조금 숨이 막힌다. 이번엔 유독 그런 것 같다”며 “같이 오고 싶어했던 트레이너 쌤도 못 오게 됐고 외국인 코치님과는 (소통에) 한계가 있어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수정쌤’은 한수정 트레이너다. 지난해 6월 컨디셔닝 관리사 공개채용을 통해 올해 6월30일까지 1년 계약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계약기간이 종료돼 올림픽에 오지 못했는데 안세영이 이로 인해 힘들다고 해석할만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해 ‘폭로’를 결심하게 된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는 “계약기간이 6월30일로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종료시까지는 안세영에 대한 한수정 트레이너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림픽 종료시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했으나 한수정 트레이너의 파리행 거절로 인하여 선수단의 사전훈련캠프 출발일인 7월12일까지만 연장하고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코치진 확인서에도 관련 내용이 있다. 6월말 김학균 감독이 장재근 선수촌장과 면담해 한 트레이너에 대한 P카드(훈련 트레이너) 배정을 요청해 체육회에서 승인했으나 7월6일 한 트레이너가 그만두겠다고 했고, 안세영은 “선수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자꾸 요구해서 힘들다. 저도 한 트레이너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코치를 통한 면담을 추가 지시했고 여기서도 테이핑과 치료 문제에 대해 안세영이 “혼자 할 수 있다. 선수촌 메디컬 팀을 이용하겠다”고 했다는 것이 협회가 확인한 내용이다. 이후 감독의 요청으로 선수촌 메디컬팀 소속 물리치료사를 경기 끝날 때까지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로 배치했다. 협회의 설명대로면 안세영이 ‘수정쌤’과 같이 오지 못한 데 대해 협회를 원망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단·복식 차별 정말 있었나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날 저녁 한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추후 안세영의 말에 따르면 협회가 “아무말도 하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지시해 이튿날 대한체육회가 진행하는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그날 밤이다. 이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단식과 복식에 따라 코칭스태프 구성과 훈련 방식이 달라야 한다. 체력 운동 프로그램도 보다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낡은 시스템 아래에선 오히려 부상 위험이 크다”며 “이제껏 우리 대표팀 운영은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복식 위주였다. 경기력 관리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는 국가대표팀 귀국 후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훈련 방식 및 체력운동 프로그램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한 공유하겠다”며 “안세영의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은 협회로는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가 없으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또한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공식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고 했다.
협회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을 두고 있다. ‘국가대표 활동기간이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협회는 “관련 규정이 무시될 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이탈에 대한 우려가 크며 그럴 경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에 있어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또한 IOC 헌장에 의거 올림픽 참가선수의 최종 결정권한은 대한올림픽위원회에 있는 바, 우리 협회의 임의적인 결정으로 선수에게 참가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는데 있어 단식 선수에게 복식경기를 하도록 종용한 사례는 있을 수도 없는 일임을 밝히며 안세영의 대표팀 결별 관련 발언 관련 우리 협회는 배드민턴, 더 나아가 한국 스포츠의 중요한 선수가 국가대표팀을 떠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벌금 때문에 무리하게 출전시켰다?
이 부분은 안세영이 아닌 방수현 해설위원의 발언이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날 문제의 믹스트존 인터뷰와 공식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 금메달리스트로서 안세영을 만난 직후, 방수현 위원은 취재진과 대화하면서 “안세영의 입장은 아직 얘기를 안 해봐 내가 전혀 모르겠다. 추측을 해선 안 될 것 같다”면서도 “배드민턴연맹이 흥행을 위해 750급이나 1000급 대회는 랭킹 16위 안의 선수가 출전을 안 할 경우 벌금을 매긴다. 안세영이 부상 이후 좀 더 쉬면서 했어야 하는데 올림픽 바로 전 오픈 대회에 계속 뛰었다”고 했다. 안세영이 협회가 자신의 부상을 안일하게 대해 실망했다고 말한 직후 방수현 위원의 이 발언이 나오면서 협회가 연맹에 내야 할 벌금 때문에 부상당한 안세영을 무리하게 출전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협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는 선수의 부상에 적절한 진단서(의사가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진단서)를 세계연맹으로 제출후 면제 승인을 받을 경우 벌금 및 제제를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벌금 규정 때문에 부상 입은 선수를 무리하게 국제대회 출전시킨 사례는 없었다. 안세영 역시 아시안게임 이후 2023 덴마크오픈, 프랑스오픈에 불참하는 과정에서 구비서류를 제출 후 세계배드민턴연맹으로부터 어떠한 벌금과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안세영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림픽 참가자격을 획득하고 1번시드를 획득,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협회에서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의 대회 참가여부 의사를 무시한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당시 안세영과 대표팀 김학균 감독 사이에 출전 여부를 두고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도 첨부해 공개했다. 감독이 “무리하지 말라. 재활에 집중하라”고 하고 안세영이 “감사하다”고 답변한 내용이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진짜 협회가 막았나
안세영은 현지시간 6일 오후 귀국길에 오르기 전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은 (협회가) 대기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협회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코리아하우스에서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배드민턴 팀의 차례가 있었으나 안세영은 불참했고 혼합복식 은메달을 딴 김원호-정나은만 참석했다. 안세영이 전날 폭탄발언을 해놓고 참석은 하지 않은 데다 협회 관계자 누구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김원호-정나은이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 본인 의사에 따라 불참했다”고 사전에 알렸던 대한체육회는 이날도 “선수에게 물어봤고 오지 않겠다고 했다는 의사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이후 안세영이 정반대의 발언을 하면서 협회가 안세영의 폭탄발언 뒤 입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협회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안세영이 파리 공항에서 언급한 8월6일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 불참 건에 대하여 협회에서는 선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려’라거나 기자회견에 불참하도록 의사를 전달하거나 지시를 한 바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안세영은 파리공항에서도 이 발언 후 ‘직접 안 온다고 했다는데 그게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복잡한데, 한국가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7일 귀국 뒤 인천공항에서도 “이 부분에 논란이 많더라. 말을 좀 자제하도록 하겠다”면서 “왜냐하면 협회랑도 팀이랑도 이야기를 해본 게 아니다. 최대한 빨리 이야기를 해보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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