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맹봉주 기자] 수많은 취재진 앞에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다. 안세영(22)은 이번에도 자세한 속사정을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다"던 안세영이 7일 입국했다. 안세영이 탄 비행기의 인천국제공항 도착 예정 시간은 오후 3시 55분. 공항은 일찍이 취재진으로 북새통이었다.
도착 게이트가 열리고 안세영이 모습을 보였다. 이어 기자들 앞에 섰다. 웃고는 있지만, 밝은 미소는 아니었다. 28년 만에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나온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지도자들을 향한 비판 인터뷰는 한국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무릎을 크게 다쳤다.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치료와 재활이 적지 않게 필요했다.
이때부터 안세영과 대표팀 김학균 감독,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부상 정도, 재활 방법 등을 놓고 안세영과 김학균 감독,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이견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접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단 안세영뿐 아니라 대표팀 발탁 공정성, 협회 임원들의 방만한 경비 운영, 선수들의 혹사 논란 등 많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천국제공항에 온 안세영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안세영은 "일단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정말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거다.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어 말했다. 이제 막 (한국에)도착했다. 아직 협회랑 이야기한 게 없다. 팀이랑도 상의된 게 없다. 더 자세한 건 상의한 후 말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을 바꾸고 안세영보다 빨리 귀국을 결정한 대한배드민턴협회 김태규 회장은 "심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사실 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 보도자료를 보면 이해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그간 안세영의 주장에 반박했다. "나와 선수, 협회와 선수는 갈등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선수는 협회와 지도자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와 부상 선수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는데, 협회는 갈등 자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세영에게 김태규 회장의 말을 전했다. 이에 안세영은 "이 또한 더 상의해보고 얘기하겠다. 내가 이제 도착을 해서 아무 것도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하루 전 프랑스 파리 코리아 하우스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 불참 관련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말 논란이 많더라.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다. 내가 협회, 팀이랑 이야기 해본 게 아니어서 최대한 얘기해보고 말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대한체육회는 기자회견이 안세영 본인 의사에 따라 불참을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귀국 직전 안세영의 반응은 달랐다. 당시 안세영은 "나한테는 다 기다리라고 해놓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기자회견을 안 나간 것도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안세영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 공항을 찾은 일부 팬들은 "안세영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잠잠하던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공교롭게 안세영이 입국 후 인터뷰를 끝내자 장문의 보도자료를 냈다.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소상히 그 내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위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했다.
이어 "안세영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올림픽 참가자격을 획득하고 1번 시드를 획득,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협회에서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의 대회 참가 여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벌금 때문에 대회 참가를 지시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는 선수의 부상에 적절한 진단서(의사가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진단서)를 세계연맹으로 제출 후 면제 승인을 받을 경우 벌금 및 제제를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라며 "벌금 규정 때문에 부상 입은 선수를 무리하게 국제대회 출전시킨 사례는 없었다. 안세영 역시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2023 덴마크, 프랑스오픈에 불참하는 과정에서 구비서류를 제출 후 세계배드민턴연맹으로부터 어떠한 벌금과 제재를 받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프랑스 파리 입성 이후 안세영 부상 대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세영은 훈련 중 불의의 발목 부상을 당했다. 발목 힘줄 손상 소견으로 대한체육회와 협의 하에 체육회의무팀 치료 지원과 파리 내의 한의원 진료 지원이 가능했다. 안세영은 치료를 받기 원하여 지명한 한의사를 서울에서 섭외하여 신속하게 파리로 파견하여 1천 1백만 원 이상의 경비를 소요하며 치료를 지원했다. 이 과정은 안세영의 부상이 언론을 통하여 외부로 알려질 경우 상대선수들에게 안세영 선수의 부상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대한체육회와 협회 일부 관계자 외에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채 신속하게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출전을 강요했다는 안세영 주장에 대해서는 "병원에서는 일본마스터즈대회와 중국마스터즈대회 참가도 어렵고 완전한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이후 안세영이 본인 요청으로 소속팀(삼성생명)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5주 재활 후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로 첫 복귀 국제대회인 일본 마스터즈대회(최종성적 3위)와 중국마스터즈대회(최종성적 16강)에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세영이 이야기한 병원에서 오진에 관련된 사항은 안세영이 방문하여 진료받은 병원과 진료 및 치료기록 등을 소상히 파악하여 어떠한 부분에서 오진으로 안세영이 고통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회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수정 트레이너의 국가대표팀 합류 및 퇴직 경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협회는 "2023년 6월 국가대표팀에서 마사지를 통한 선수들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컨디셔닝 관리사 채용을 요청하여 협회에서는 검토 후 채용 과정 진행했다"면서 2023년 6월 7일부터 21일까지 채용 공고를 내고, 2023년 6월 30일 면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면접관은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 대한배드민턴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세 명이었다.
협회는 면접대상자 6명 중 한수정을 채용했고 계약기간은 2023년 7월 3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1년 간이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안세영을 위해 한 트레이너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같이 할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한 트레이너가 이를 거절했다고 명시했다. 협회는 "계약기간이 2024년 6월 30일로 종료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종료시까지는 안세영 선수에 대한 한수정 트레이너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올림픽 종료시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하였으나 한수정 트레이너의 파리행 거절로 인하여 선수단이 사전훈련캠프 출발일인 7월 12일까지만 계약을 연장하고 계약을 종료했다"고 명시했다.
안세영이 인도 오픈 기간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하고, 조기에 귀국하려는 것을 협회가 막았다는 것에 대해선 "안세영 선수는 8강전 기권 후 금요일 밤에 한국으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하였지만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안세영 선수가 일정을 변경하여 토요일 비행기를 타서 일요일 한국에 귀국하더라도 휴일 귀국 등을 고려했을 때 즉시 진단 및 치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부상 부위에 대한 진단이 정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귀국길에 오르는 것보다 휴식 및 부상부위 안정을 취한 후 선수단과 같이 동행하여 귀국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조기 귀국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인도병원에서 안세영 선수의 진단 및 치료를 하기에는 인도병원에 신뢰도가 떨어져서 인도병원 이용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실상 부상 중인 안세영을 그대로 방치한 걸 인정한 셈이다. "휴일 귀국이라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과 인도 현지에서 병원 이용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세영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금메달을 딴 후 파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은 금메달 기분을 느끼고 싶다. 부상 떨쳐내고 결과로 증명했다. 이런 말이 나와서 마음이 편치 않다. 금메달을 즐기고 한국 가서 자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차차 정리하고 내가 계획한대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안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운동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걸 많이 누리고 싶다. 이 순간을 위해 억누른 게 많다. 이제는 숨 좀 쉬면서 웃으면서 투어도 다니고, 즐기면서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늘 꿈꿔왔던 목표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