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공사장 추락사 1년…“검찰 뭐 하나” 엄마의 한탄
유족, 대검 찾아 기소 촉구…“사망자 잇따르는데 왜?”
지난해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부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강보경씨(당시 29세)의 1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이 7일 대검찰청을 찾아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강씨의 어머니 이숙련씨(71)와 누나 강지선씨(34)는 지난해 추운 늦가을을 거리에서 보냈다. 보경씨는 DL이앤씨의 하도급업체 KCC 소속 일용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8월11일 부산의 한 신축아파트 창호 교체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이씨와 강씨는 서울 서대문구 DL이앤씨 본사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재발방지 및 사과를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농성을 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DL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와 KCC 정재훈 대표이사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보경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3일 만이었다. 원청 대기업이 건설노동자 사망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유족은 본사 앞을 떠났고, 어느덧 1주기가 됐다. 그사이 또 다른 노동자가 DL이앤씨 사업 현장에서 숨졌다. 지난 5월 DL이앤씨 울릉공항 공사현장에서 60대 하청노동자가 굴착기에 밀려 내려온 흙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에서만 8건의 중대재해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차례도 DL이앤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아들이자 동생의 1주기를 앞두고 다시 서울을 찾은 이들은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노동자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달라”며 DL이앤씨에 대한 기소촉구서를 제출했다. 누나 강씨는 1년 전처럼 동생의 영정을 품에 안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강씨의 죽음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1년 전 거리에서의 고생은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이어졌다. 누나 강씨는 “병원을 가니 어머니는 면역력이 다 바닥났다고 하더라”며 “저는 생전 없던 축농증이 만성이 됐다”고 했다.
1주기가 다가오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부산 연제경찰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월 업무상과실치사·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부산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검찰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영국 변호사는 “추석 전에는 송치할 것이라는 막연한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몇십명의 사망자를 채워야 조사를 할 셈이냐”며 “검찰은 왜 DL이앤씨를 기소조차 하지 않고 조사조차 하지 않는 거냐.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누나 강씨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것이 슬픈 만큼, 앞에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는데도 ‘조사 중’이란 말만 계속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돈 많고 힘센 사람들 편이란 생각이 들어 대기업을 봐줄 것 같아 겁이 난다”고 했다.
오는 주말 두 사람은 집에서 강씨의 제사를 지낼 것이라고 했다. “장을 보면서 울 만큼 울었다 싶었는데, 눈물은 집에 돌아와서도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과일을) 깎아서 먹여주고 싶었는데 냉장고에 넣어두려니 마음이 찌르는 듯 아팠다”고 했다.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새벽같이 출근했을 아들이 떠올라서였다. 강씨 제사상에는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파인애플과 체리, 만두와 와인을 올린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료 공영주차장 알박기 차량에 ‘이것’ 했더니 사라졌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서울시향 이사 위촉에 문화예술계 등 반발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 경북 구미서 전 여친 살해한 30대…경찰 “신상공개 검토”
- 가톨릭대 교수들 “윤 대통령, 직 수행할 자격 없어” 시국선언
- 김종인 “윤 대통령, 국정감각 전혀 없어” 혹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