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패소가 문재인·한동훈 책임인가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엘리엇과의 분쟁에서 패했다. 엘리엇은 우리나라 정부가 준 피해액이 약 690억 원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6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패소하자 대한민국 법무부는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각하되었다. 결국, 이자까지 1500억 원 가량의 비용을 세금으로 엘리엇에 배상해 줘야 한다.
그런데 한국경제신문 백광엽 논설위원은 이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에 돌린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판했다는 이유다. 이를 “스스로 우리 눈 찌른 엘리엇 사태”라고 표현하는 이 칼럼은 “무엇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규명해야 엘리엇 같은 벌처펀드에 다시 당하지 않는다”고 끝맺는다.
엘리엇에게 1500억 원의 돈을 배상해 줘야 하는 책임은 이재용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본부장 등에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자 불공정한 비율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했다.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가진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고자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엘리엇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였다. 삼성물산의 주주라면 삼성물산의 불공정 합병 비율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 자금으로 삼성물산에 투자했다. 삼성물산 불공정한 비율 합병의 손해는 전 국민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합병을 반대한 엘리엇이 문제일까? 아니면 삼성물산의 주주임에도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이 문제일까? 국민연금은 왜 손해를 보는 일을 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회장과 단독 면담을 했다. 그리고 당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 결과를 보고 받는 등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많은 정보를 주고받았다. 안종범 수석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수행한 사람은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인 홍완선이다.
홍 본부장은 투자위원회의 결정이 어려우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넘긴다는 국민연금 규정에 따라 의결권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이를 뒤집었다. 그리고 홍 본부장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8차례 만났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위원을 접촉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인사 발령을 지시해서 투자 위원 12명 중 3명이 교체되었다. 교체된 3명은 모두 합병안에 찬성했다.
요약하자면 이재용-박근혜-안종범-문형표-홍완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게 만든 원흉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관여하고 이를 통해 엘리엇 등 삼성생명 주주가 손해를 봤다면 당연히 정부는 엘리엇과 삼성생명 주주에게 배상해야 한다.
양보해서 한국경제 백 논설위원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눈을 찌른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당시 국정농단 특별수사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다. 당시 국정농단 검사로서의 윤석열 검사와 한동훈 검사는 훌륭히 자기 역할을 다하여 공소 유지에 성공했다. 관련해서 칭찬과 찬사를 받을 사람은 윤 검사와 한 검사지 문재인 정부 하의 보건복지부가 아니다.
다만, 한겨레가 <한동훈 장담했던 엘리엇 소송 패소, 이자 대신 낼건가> 사설에서 잘 지적했듯이 자신이 지휘한 수사 결과에 근거한 배상 판정을 오히려 취소해달라는 이율배반적인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소송 패소에 대한 이자 비용만 늘어났다.
우리나라 정부가 엘리엇과의 법정 싸움에서 690억 원을 패소했다. 불필요한 판정 취소 소송까지 하다가 이자까지 1500억 원을 물어줘야 하게 되었다. 이 책임을 엘리엇과 문재인 정부 또는 윤석열 특검에게 돌리면 안 된다. 엘리엇은 피해자고, 윤석열 특검은 진실을 규명한 검사다. 다만 정의로운 검사가 왜 본인이 한 일을 뒤엎고 이자 비용만 더 발생시켰는지는 아쉽다.
진짜 문제는 엘리엇이 정부에게 배상을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주주들은 왜 정부에게 배상을 받지 못하는지가 핵심 문제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한 이후에 이재용 회장부터 홍완선으로 이어지는 5명을 포함한 관련자 모두에게 어떻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할지가 핵심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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