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낀 안세영, 침묵 깬 배드민턴협회…진실공방, 2라운드로
안 “상의 후에 말씀드릴 것”
회견 불참 논란 등 답변 유보
협회 “진상조사위 꾸릴 것”
부상 관리 관련 “최선 다해”
입막음 시도 의혹 등도 부인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22·삼성생명)이 7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금메달 획득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불만을 터뜨리며 “대표팀과 계속 가기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작심 발언했던 안세영은 입국 현장에서는 “자세한 건 상의한 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안세영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대표팀 트레이닝복 차림의 안세영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세영 뒤로 김학균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일부가 모습을 비쳤다. 안세영이 준비된 기자회견 위치로 이동했고, 김 감독 등 선수들은 그대로 흩어졌다.
안세영은 전날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그는 귀국길 샤를드골 공항에서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은 (협회가) 대기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협회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협회는 안세영의 이런 발언을 즉각 부인했다. 금메달 직후 작심 발언에 이어 진실 공방이 불거졌다.
안세영은 이날 입국장에서 올림픽 기간 발언들에 대해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안세영은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픈 마음을 호소하고 싶어서,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막 도착했는데 협회와도 이야기한 것이 없고 팀과도 상의된 것이 없다. 자세한 건 상의한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세영은 전날 회견 불참 논란에 대해서도 “이 부분에 논란이 많더라. 말을 좀 자제하도록 하겠다”면서 “왜냐하면 협회랑도 팀이랑도 이야기를 해본 게 아니다. 최대한 빨리 이야기를 해보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답변을 끝으로 안세영은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소속팀 삼성생명 직원이 안세영의 팔을 붙들고 대기하고 있던 소속팀 버스로 함께 달렸다. 취재진이 뒤따라 달리며 입장을 물었지만, 안세영은 답변 없이 곧장 버스에 올랐다. 공항까지 나온 팬들이 “안세영 파이팅”을 외쳤다.
안세영이 협회, 팀과 이야기한 뒤 자세한 내용을 밝히겠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선 가운데 대한배드민턴협회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따고 대표팀에 실망했으며 운영 관리에 큰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지난 5일 이후 현지에서도 침묵만 하던 협회는 이날 선수단과 임원단이 귀국한 뒤 오후에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제기된 문제점을 파악하고 조치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그동안 안세영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먼저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그 내용과 문제점을 소상히 파악해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세영이 했던 발언들에 대해 해명했다. 일단 안세영이 지난해 무릎 부상을 대하는 대표팀의 안일함에 실망했다고 한 점에 대해 최초 오진 상황부터 파리 도착 이후 발목을 다친 뒤 한의사 파견까지 안세영에게 취했던 조치, 선수와 코치진 사이 대화 내용까지 공개하며 금메달 후보인 안세영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설명했다. 대표팀 감독과 코치 4명의 확인서에 서명까지 첨부했다.
더불어 안세영이 수없이 언급했던 ‘수정쌤’ 한수정 트레이너와 계약 종료 상황과 그 과정에서 선수 의견을 충분히 존중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안세영은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고 수차례 피력했다”고 밝혔지만 협회는 “공식 전달된 바가 없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또한 안세영이 추가 인터뷰에서 했던 “대표팀 운영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복식 위주”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훈련 방식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 공유하겠다고 했다.
협회는 안세영의 폭로에도 침묵만 하던 중에 입을 막으려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6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안세영이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 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협회는 “안세영 선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려’라거나 기자회견에 불참하도록 의사를 전달하거나 지시를 한 바가 없다”고 확인했다.
금메달 직후 작심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은 일단 안세영이 ‘상의’를 내세우며 한발 물러섰고 협회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해 반박식 해명을 하면서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남겼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실까지 나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황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열린 스포츠윤리센터 임원진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이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가 선수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은진·심진용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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