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한번 울리겠다" 우상혁, 2m27 통과 '3위로 결승행 → 11일 메달 도전 '..."바르심 부상 보고 살짝 위축도"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생드니(프랑스), 조용운 기자] 한눈에도 몸선은 더 말랐고, 삭발에 가까운 머리 스타일은 강인한 정신무장을 보여줬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용인시청)이 예선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7일(한국시간) 오후 5시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두 차례 시도 끝에 2m27을 뛰면서 공동 3위로 결승에 올랐다.
총 31명의 선수가 A, B조로 나눠 상위 12명 안에 들어야 나흘 뒤 결선에 나설 수 있다. 2m15부터 차분하게 기록 대결을 시작했고, 우상혁도 A조 14순위로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을 출발했다.
우상혁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면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에서 메달 가능성을 보여줬다. 3년이 흘러 포디움 바로 코앞에서 좌절된 아쉬움을 풀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세계랭킹 3위, 개인 최고 기록 2m36을 자랑하는 자리에 오르면서 이번 대회 메달 진입이 강력하게 점쳐진다.
우상혁은 조금은 긴장했는지 자신의 기록보다 한참 낮은 2m15를 뛰면서도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신 손바닥으로 얼굴을 친 뒤에야 힘차게 달려 나가 깔끔하게 바를 넘었다.
우상혁은 두 번째 시도인 2m20도 어려움 없이 넘었다. 강력한 금메달 경쟁자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이들은 2m24까지도 별다른 실수 없이 넘었다.
이때부터 중하위권 선수들이 점차 실패했다. 우상혁과 바르심, 템베리에 해미시 커(뉴질랜드) 등 익숙한 맞수들이 2m27에 도전했다. 점점 올라간 높이에 조금씩 실수가 나왔다. 우상혁도 2m27 1차 시기에 바를 건드렸다. 템베리도 마찬가지.
바르심은 몸에 문제가 생겼다. 도움닫기를 하던 도중 왼다리 종아리를 붙잡고 쓰러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의무진이 바르심에게 달려갔고, 도쿄 대회에서 공동 금메달을 받았던 템벨리도 놀랐는지 다가갈 정도였다.
우상혁은 바르심의 부상 상황을 보면서 2차 시기를 준비했다.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했는데 다행히 2m27을 뛰어넘었다. 바르심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를 통과했다. 결선행이 확정되자 더는 뛰지 않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2m27을 성공한 이가 우상혁과 바르심을 포함해 5명뿐이다. 한 차례 실패가 있어 공동 3위로 예선을 마쳤다. 강력한 경쟁자인 템베리는 3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지만 2m24의 기록으로 상위 12위 안에 들었다. 예선에서 2m27까지 한 차례 실수도 없이 넘은 건 셸비 멕윈(미국)과 커다. 결선에서 우상혁과 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어려움 없이 결승행을 이뤄낸 우상혁의 표정은 밝았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걸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쁜 하루"라며 "똑같이 한국에서 저녁 시간에 응원해주신 분들께 기쁜 하루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따.
우상혁은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1992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와 1996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둘이다. 이들은 모두 마라톤 선수였다. 우상혁은 최초로 트랙·필드에서 2개 대회 연속 결승에 올랐고, 이제는 메달을 노린다.
우상혁은 "예선도 결승 같이 뛰자는 마음으로 왔다. 준비해온 걸 후회없이 잘 마무리해서 좋다"며 "아직 파이널이 남았기 때문에 오늘만 조금 즐기고, 휴식 잘 취해서 결승 무대에서는 최고 높은 데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웃음기를 조금 늦게 보여줬지만 긴장 때문은 아니었다. 우상혁은 "파리에 온지 3~4주가 됐지만 보조 경기장을 밟아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보라색 트랙을 밟자마자 감독님하고 딱 눈이 마주쳤다"며 "'첫 마디가 '오늘 좋을 것 같다'였다. 도쿄 올림픽 끝나고 정말 많은 트랙을 뛰었는데 이곳이 그때보다 좋다고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우상혁은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기록은 그리 좋지 않다. 기복도 있었다. 이에 대해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잘 뛰었으니 이제 의심할 필요는 없고 결승만 잘 준비하겠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든 게 좋았던 예선이지만 바르심의 부상을 보고 뛴 건 조금 아쉬웠다. 우상혁은 "2m27 1차 시기에서 살짝 걸린 이유도 부상을 봐서 그런 것 같다. 바르심이 내 앞에서 뛰다보니까 그 장면을 그냥 봐 버렸다"면서 "위축이 살짝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힘들게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제일 좋은 점프를 했다'고 하셔서 기분 좋다"라고 웃었다.
우상혁은 성공한 네 번의 점프 모두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올해 제일 높은 점프는 파이널에서 할 것이다. 오늘은 진짜 생각보다 가볍게 통과한 예선 같다"라고 덧붙였다.
우상혁은 올림픽 폐막 시점에 경기를 펼치는 데도 한국 선수단 본진과 함께 일찍 결전지에 도착했다. 장시간 퐁텐블로에 마련한 사전 캠프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현지 적응이 중요해도 너무 일찍 파리로 이동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우상혁은 "감독님과 '파리에 그때 들어오길 잘했다'는 말을 계속한다. 파리에서 지금 4주째인데 오전 시간대는 무조건 적응이 필요하다. 퐁텐블로에서 훈련한 결정이 좋았다는 말만 한다"라고 했다.
삭발도 이제와서 보니 잘한 선택이다. 매일 직접 머리카락을 미는 우상혁은 "루틴까지는 아닌데 잘 자른 것 같다. 머리 자른 게 빛을 발할 날이 오는구나 싶다"라며 미소지었다.
우상혁의 결승은 오는 11일 오전 2시에 열린다. 메달권 기록을 예상해달라고 하자 "2m35로 메달을 못 따는 대회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불운한 4위였다. 도쿄에서 그걸 뛰고도 못 땄는데 이번에는 내 기록 이상을 뛰고 꼭대기에 올라가고 싶다. 애국가 한번 울리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의 최애를 '천만 스타'로…스타덤, K컬처 소통 창구 '주목' - SPOTV NEWS
- 킥보드냐 스쿠터냐…방탄 슈가, '만취운전' 쟁점 "처벌 달라"[이슈S] - SPOTV NEWS
- 유아인, 오늘(7일) 부친상…잇단 악재에 안타까운 비보까지[종합] - SPOTV NEWS
- 지연♥황재균, '거짓말'이 소환한 이혼설…길어지는 침묵, 커가는 의심[이슈S] - SPOTV NEWS
- 이혜성 "서울대 입학하고 35kg로 감량→폭식·운동 반복"('세바시') - SPOTV NEWS
- "축구협회는 보고 배워라" 올림픽 금메달에 축구협회 향한 팬들 비판 '속출'...대체 왜? - SPOTV NEWS
- 여에스더, 초미녀 의사 며느리 최초 공개…"착하고 현명"('가보자고2') - SPOTV NEWS
- 양재웅♥하니, 환자 사망 4일 후 결혼 발표…'악플 연좌제' 이유[이슈S] - SPOTV NEWS
- "쌍욕하고 매니저 따귀" 박슬기, 갑질 피해 고백 후폭풍…'실명 폭로' 편집[이슈S]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