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연속 열대야... ‘낮만큼 더운 밤’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김윤주 기자 2024. 8. 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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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30도 육박, 건강까지 위협
당뇨·혈압 환자 ‘폭염 고위험군’
열대야가 계속되는 가운데 7일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기상청에서 직원이 최저기온 분포도를 보여주고 있다. /박상훈 기자

한반도에 역대 가장 무더운 여름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가 1973년 전국 단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7월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최소한 오는 광복절(15일) 이후까지 한낮 무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지난 6일까지 17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7일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7~17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25~26도로 예보됐다. 실제 이 기간 저녁~아침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총 28일 동안 열대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면 2018년 서울의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26일)을 넘어서게 된다. 서울은 1994년 24일 연속, 2016년 21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미 강원도 강릉에서는 19일째 열대야가 나타나 기존 최고 기록(2013년 16일)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제주에서도 23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낮만큼이나 더운 밤은 올여름 특징 중 하나다.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8.8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년(1991~2020년) 2.8일보다 약 3배 많았다. 강릉, 경북 포항, 전북 정읍에선 한 달 중 절반 넘는 17일 동안 열대야가 나타났다. 전국 평균 최저기온도 23.3도로 해방 이후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1994년(23.4도)에 이어 역대 둘째로 높았다. 기상청은 “올해는 밤 사이 수증기를 다량 품고 있는 덥고 습한 남서풍이 예년보다 더 자주 불어오면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강릉(30.4도), 강원 속초(30.3도), 경남 밀양(28.1도) 등 열다섯 도시에서는 역대 가장 높은 ‘7월 최저기온’이 나타났다.

그래픽=김현국

최근 밤 기온은 30도에 육박한다. 입추(立秋)인 7일 서울의 간밤 최저기온은 27.2도, 제주는 27.7도에 달했다. 전북 부안 등 일부 자동 기상관측 장비(AWS)에는 28도가 넘게 찍혔다. 8일도 전국에 소나기가 반복되며 습하고 뜨거운 ‘한증막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주까지 전국 낮 최고기온은 30~35도로 예보돼 최소한 광복절 이후까지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열대야가 지속될수록 건강상 위험도 커진다고 우려한다. 더위로 수면 부족 등을 겪으면 질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독일 헬름홀츠 뮌헨 연구 센터가 지난 6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열대성 기후가 나타난 더운 밤에는 뇌졸중 위험이 7% 증가한다. 또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도시 열섬 현상이 심한 서울에서는 밤 기온이 22도만 돼도 사망 위험이 1.08배 높게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은 심·뇌혈관, 당뇨병, 신장 질환, 고·저혈압 환자를 ‘폭염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심·뇌혈관 질환자는 땀을 흘려 체액이 줄면 떨어진 혈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심박동 수, 호흡 수가 증가해 심장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땀을 흘려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당이 높아져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전국에서 기승을 부려 경보가 발령된 말라리아도 문제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오한, 두통, 구역질, 발한 등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은 “모기 활동이 활발한 야간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몸에 모기 기피제를 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 수도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7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열사병, 열 탈수 등 온열 질환에 걸린 사람은 5일 기준 181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774명)보다 36명 많다.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6일 기준 1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축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6일까지 무더위로 폐사한 가축은 총 35만4000마리였다. 이 중 닭·오리 등 가금류가 32만7000마리다. 수온이 상승해 양식장에서도 넙치 1만9552마리, 조피볼락 33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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