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 거부하고 1㎞ 도주... 결혼 앞둔 환경미화원 들이받았다
한 20대 남성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거부하고 도주하던 중 환경미화원을 들이받아 끝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천안동남경찰서는 7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20대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 53분쯤 천안시 동남구 오룡동 버들육거리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1㎞ 이상 달아나다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 B(36)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A씨는 교차로에서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뒤차 조수석에서 한 명이 내려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 앞차 창문을 두드려도 마찬가지였다. 목격자들의 신고로 경찰이 도착했으나 A씨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 A씨는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갑자기 달아나기 시작했다.
A씨가 향하던 방향에는 B씨가 영문도 모른 채 환경미화 트럭 뒤에서 작업 중이었다. A씨는 빠른 속도로 달리다 그대로 B씨와 트럭을 들이받았고, 그제야 멈춰 섰다.
A씨는 B씨를 치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석에서 내려 골목길로 도망쳤다. 이 장면을 본 동료가 운전자를 전속력으로 쫓아가고, 잠시 뒤 경찰도 도착해 추격에 나섰다. 이후 A씨는 경찰에 체포돼 손목이 잡힌 상태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바닥에 주저앉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B씨는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B씨는 지난 2월 입사해 맡은 일을 묵묵히 해오던 청년으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동료는 YTN에 “정도 많고 누구보다 앞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도 있었고, 인간관계라든지 그런 게 기본적으로 잘돼 있다 보니까 다 같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가해 운전자를 음주 측정 거부와 도주 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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