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빌라 씨가 말랐다”…서민 ‘주거 사다리’ 부러지나
작년의 60% 수준으로 급감…아파트 전셋값 상승 ‘풍선효과’ 유발
업계 ‘세제 혜택 확대’ 등 수요 진작 요구…투기 부추길 우려에 신중
“전세사기 이후로 신축 빌라는 씨가 말랐다고 보면 돼요. 건축비가 너무 올라 땅을 사놓고 안 짓는 업자도 많아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공인중개사)
서울에서 신축 빌라가 사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에 새로 지어진 빌라는 3000가구에 그치며 지난해 동기 대비 6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들이 전세 빌라를 기피하자 건축업자들이 ‘삽’을 뜨지 않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에 ‘소형 빌라 주택 수 제외’를 비롯한 특단의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다시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새로 사용승인을 받은 빌라(연립·다세대)는 3098가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981가구)보다 61% 줄어든 것이다. 호황이던 2021~2022년에는 1만가구가 넘었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 공급은 앞으로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6월 서울 다세대·연립 주택 착공물량은 지난해(3436가구)보다 46.8% 감소한 1828가구였다.
빌라 공급이 급격히 위축된 건 전세사기·역전세 여파다. 신축 빌라 분양은 매매와 동시에 전세를 놓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부동산 호황기라면 세입자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높은 전세금을 부담함으로써 업자가 건축비를 조달하고 수익까지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선 2022년 이후부터는 빌라 매매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반환보증 한도를 공시지가의 150%에서 126% 수준으로 낮추면서 전세보증금 하방 압력도 커졌다. ‘갭투자’가 어려워진 환경이다.
A공인중개사는 “빌라는 보증 한도보다 전세가가 높아 대출이 안 나오는 물건들만 남아 있다”며 “반전세로 돌린 매물은 주거비 부담이 커 기피하는 세입자가 많다. 전세사기 이후엔 수요도 공급도 말라버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서울의 빌라 기피 현상이 아파트 전세가 상승이라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1·10 대책’을 통해 2024~2025년 준공한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양도·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입에서 빼주기로 했다. 하지만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종부세 혜택은 사라지는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 적용 기간과 면적·가격 제한을 더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은퇴가구가 노후소득용으로 주로 구입하는 30㎡ 이하 소형 빌라는 시세차익을 보기 어려운 만큼 항구히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또다시 투기 수요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B공인중개사는 “지금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연장한 임차인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 수 제외 같은 대책이 나오면 투기 수요가 다시 몰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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