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또 막히자 눈물을 흘린 주세혁 감독 “계속 도전하는 우리 선수들 대단합니다”[올림픽x인터뷰]

황민국 기자 2024. 8.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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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혁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이 7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8강에서 중국에 패배한 뒤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한국 남자탁구가 ‘만리장성’을 넘지 못한 채 2024 파리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한 7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

주세혁 남자탁구대표팀 감독(44)은 믹스트존에서 중국전 패배의 소회를 털어놓는 선수들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쳤다. 두드리고, 두드려도 무너지지 않는 중국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수들이 미덥고, 또 미안한 마음이었다.

주 감독은 수건으로 잠시 얼굴을 감싼 뒤 “매번 중국을 만나면 져요. 그 세월이 벌써 20여년이 넘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도전하는 자세가 진짜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무대에서 중국에 승리한 것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마지막이었다. 4년 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냈으나 중국과 맞대결은 없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 8강 한국과 중국의 경기. 주세혁 감독(오른쪽 두번째)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4.8.7.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IN

당시를 떠올린 주 감독은 “안재형 감독님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잡은 이후로 없다”면서 “선수들 입장에서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일 텐데, 나라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뛰다보니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감독의 눈물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그 노력에 걸맞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담겼다.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대표팀의 시드는 5번이었다. 8강에서 중국을 만날 확률이 25%였는데, 하필이면 그 25%의 확률에 당첨됐다.

주 감독은 “대진 추첨이 너무 아쉬워요. 선수들한테는 가혹한 거죠. 리그전 방식라든지 다른 대진에 걸렸다면 (다른 팀들과의) 승률을 생각했을 때 메달 경쟁이 불리하지 않아요. 물론, 금메달을 노린다면 중국을 넘어야 하지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7번 시드였던) 스웨덴이 어제 독일을 잡고 4강에 오른 걸 보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주 감독의 눈물은 선수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노 메달의 한을 풀었으나 개인전과 단체전에선 여전히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장우진(29·세아 후원)이 개인전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고, 단체전도 결국 8강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장우진은 “감독님이 눈물을 흘리는 걸 처음 봤다. 그만큼 이번 대회를 간절하게 준비하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훈(27·한국거래소)은 “주 감독님이 마치 매니저처럼 많이 도와주셨다. 12년 만에 메달을 따려는 의지였는데 아쉽다”고 탄식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단식에선 중국에서 1게임씩 따내며 희망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임종훈은 “중국이 두렵지는 않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경기를 대등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혼합 복식도, 단체전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 8강 한국과 중국의 경기. 임종훈이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2024.8.7.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IN

다만 한국이 계속 ‘맨땅에 헤딩’하는 각오로 중국에 부딪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국에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갖춰야 선수들도 도전의 의지가 생긴다는 부분에 이견이 없다.

임종훈은 “중국은 등록 선수만 우리 나라 인구 수준이다. 조금 더 체계적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신)유빈이 같은 스타가 남자 쪽에서도 나와줘야 힘이 된다. 일본을 보면 다음 대회에 나올 선수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중국이나 일본을 살펴보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경쟁을 한다. 우리도 우리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 이런 부분이 갖춰지면 5년, 10년 뒤에는 우리 탁구가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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