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친일적 역사인식’…독립기념관까지 점령하다

이승준 기자 2024. 8. 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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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적 역사인식으로 논란을 빚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학술·보훈기관 요직에 잇따라 중용되고 있다.

지난달 말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서술로 논란이 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필자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 6일엔 광복회가 뉴라이트로 지목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

최근 '친일 인사 중용' 논란의 중심에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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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인사 중용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치러진 3·1절 105돌 기념사에서 “일본은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라며 “지금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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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적 역사인식으로 논란을 빚는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학술·보훈기관 요직에 잇따라 중용되고 있다. 지난달 말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서술로 논란이 된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필자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취임한 데 이어, 지난 6일엔 광복회가 뉴라이트로 지목한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의 협소한 인재풀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와, 최근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보여준 정권의 ‘대일관’이 가감 없이 반영된 인사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최근 ‘친일 인사 중용’ 논란의 중심에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있다. 최근 독립기념관장 후보자 공모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은 탈락하고 친일적 인사가 복수로 추천됐다고 주장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대통령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관장 임명에 대해 “독립기념관의 설립 목적과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이사·지부장 긴급연석회의를 열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강력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오는 10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 관장 임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이 김 관장 임명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그를 ‘일제 강점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뉴라이트 계열로 보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저서 ‘끝나야 할 역사전쟁’에서 “(친일 청산 작업이)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행위’와 ‘반민족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광복회 등이 문제 삼는 최근의 인사가 ‘역사인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형석 관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독립기념관 이사회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1순위로 제청한 후보자를 임명했을 뿐”이라며 “윤 대통령은 김 관장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광복회의 임명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김 관장은 연구 결과를 봐도 그렇고 뉴라이트와 거리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광복회 등은 김 관장의 발탁이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대일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취임 뒤 윤 대통령은 일본을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식민지배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 요구는 접어둔 채 ‘미래’만을 줄곧 강조해온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 곳곳에 유사한 대일관을 지닌 인사가 다수 포진한 것도 이런 의심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실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과거 뉴라이트 학자들의 싱크탱크인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도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인사다. 지난 2월에 임명된 박이택 독립기념관 이사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산실’로 지목받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이승준 권혁철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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