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SNS 시작…엄태구와 고영욱, 극과극의 반응인 까닭[스경X이슈]

하경헌 기자 2024. 8. 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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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데뷔 17년 만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배우 엄태구. 사진 TEAMHOPE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대중매체에 가려진 유명인과 대중의 간극을 좁혀주는 장치다. 각종 편집이나 주관이 개입된 매체와 달리 SNS는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스타들이 SNS를 통해 팬들에게 상황을 전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팬들 역시 좀 더 스타를 가까이 느끼면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때론 이 SNS는 대중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당황을 안겨주기도 한다. 서툴지만 잘 정리된 한 줄의 글이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 없이 남긴 한 줄의 글이 필요 없는 논란을 만들고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7일 배우 엄태구는 SNS 인스타그램 계정(@umtaegoo_official)을 개설했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후 17년 만의 일이다. 그는 반려견인 엄지의 사진 두 장을 올려놓고 “안녕하세요. 엄지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개설 후 하루도 안 돼 팔로워수는 4만명에 육박했다. 첫 번째 게시글에도 많은 댓글은 감동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단순히 데뷔 17년 만의 SNS 개설이나 게시글 때문이었던 것은 아니다.

배우 엄태구의 인스타그램 계정 화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엄태구는 2016년 영화 ‘밀정’으로 얼굴을 알리고 ‘택시 운전사’, 드라마 ‘구해줘 2’ 등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좀처럼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서지 못했다. 이유는 바쁘다거나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팬들에게 ‘수태구(수줍음+엄태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성격이 원인이었다. 그는 늘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좀처럼 이를 표현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서 서지환 역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고, 드라마의 흥행과는 별개로 데뷔 처음으로 시도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서 받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 5일 진행한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도 “팬분들께 고마움을 전달할 방법에 대해 소속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곧 어떠한 소통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 방법은 SNS 개설이었고, 당분간 소속사인 TEAMHOPE와 함께 운영하는 계정으로 꾸릴 계획이다.

고영욱이 지난 2015년 7월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에서 2년 6개월의 형량을 마치고 출소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경향DB



이러한 소소한 행보가 팬과 대중의 감동을 주는 상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다. 바로 가수 겸 방송인 고영욱의 사례다.

고영욱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GO영욱’을 개설했다. 지난 6일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유튜브 채널 개설 소식이 기사화됐고, 동시에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틀째인 7일 오전 기준 채널 구독자는 3500명을 넘었으며, 역시 반려동물을 올렸던 첫 번째 영상 조회수는 2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 5일 고영욱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유튜브 시작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집에서 넋두리하며 형편없이 늙고 있는 거 같아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두서없이 유튜브를 시작해본다”고 심경을 전했다.

고영욱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미성년자 3명을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받았다. 2015년 7월 출소한 그는 신상정보공개 5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2018년 7월까지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 SNS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 금지 정책에 따라 무산된 전력도 있다.

고영욱의 유튜브 계정 화면. 사진 유튜브 캡쳐



물론 범죄자라고 해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데 있어 금지를 당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영욱의 경우는 인기 절정이던 시절 명백한 의도를 가진 죄질이 큰 범죄로 대중과 팬,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이후 이렇다 할 봉사나 이미지 개선과 관련한 활동 없이 들입다 시작한 소통이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들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튜브 측에 계정 신고를 비롯한 조치를 하겠다고 나섰으며, 유튜브 측은 원론적으로 막을 이유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똑같이 SNS를 통한 복귀이지만 엄태구와 고영욱을 바라보는 대중과 팬의 시선은 극과 극에 가깝다. 그 한 줄의 글을 올리기까지, 대중은 그 글의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닌 유명인이 살아온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 이 극단의 반응에 숨어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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