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진주 사천 행정통합 논의 지금이 적기다
경남 진주시와 사천시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두 시는 행정구역만 다를 뿐 동일 생활권역으로 경제·사회공동체나 다름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다. 동남통계청이 최근 펴낸 이동 현황에 따르면 진주에서 사천으로, 사천에서 진주로 통근하는 시민 수가 지난해 기준 하루 1만 8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쇼핑 병원 방문 등을 위해 하루 두 시를 이동하는 인구수는 이보다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천시 인구는 10만 8000명, 진주시는 34만 명에 그친다. 그러나 두 도시는 상생 협력보다 갈등과 대립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진주 사천 통합은 오래전부터 잠재된 과제다.
이런 와중에 조규일 진주시장의 행정 통합 제안으로 통합이 다시금 수면에 떠올라 찬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조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사천시와 진주시의 행정 통합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두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은 빠를수록 좋다며 행정과 민간, 투 트랙의 통합추진기구와 두 시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통합행정사무 공동추진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그는 우주항공청 개청을 맞아 사천시와 진주시의 개별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우주항공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걸 통합의 명분으로 삼았다.
조 시장의 통합 제안 이후 진주상공회의소 주최로 ‘성공적 우주항공시대, 사천·진주 상생 방안’이란 토론회가 열렸다. 또 지난 6월 진주지역 경제·문화·체육·학계·시민단체 대표 40여 명으로 사천·진주 통합 논의를 위한 ‘진주 시민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추진위는 8월께 통합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한 뒤 11월에는 두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진주시도 오는 10월 초까지 일정으로 이달 초 2000만 원을 들여 ‘사천 진주 행정 통합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이 완료되면 통합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천 지역은 언짢은 표정이다. 사천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고, 사천시의회는 통합 제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조 시장이 정치적인 야욕을 부린다고 치부하고 있다.
두 시의 통합 얘기가 처음은 아니다. 10여 년 전 같은 논의를 했다. 지난 총선 때는 진주 사천 통합이 진주 갑·을 선거구 선거 이슈가 됐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통합을 논의할 적기(適期)이다. 당장 우주항공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정주 여건부터 대두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개청 됐지만 두 도시가 힘을 합쳐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지원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두 도시는 협력·공조를 뛰어넘어 협력체계를 구축해 경쟁을 피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진주 사천 통합을 전제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행정통합에서 주인공은 자치단체와 의회가 아닌 주민이다. 정치적 술수가 스며 들어서는 안된다. 시민이 원하는 방향의 통합을 전제로 충분한 논의 끝에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이면 된다.
진주시와 사천시의 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난관이 많다. 세상의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고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경청하고 소통하며 배려할 때 대화가 가능하다.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5월 출범한 행정안전부 소속 자문기구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 하혜수(경북대 교수)위원이 지난달 31일 진주시청에서 열린 ‘미래 환경 변화와 지방 행정 체제 개편, 지방 중소도시의 대응’이란 특강에서 말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교통과 통신의 발달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방 중소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자체 통합이 최선의 대안”이란 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서부 경남은 날이 갈수록 인구가 줄고 동부에 비해 경제 규모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각자도생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절박함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되길 기원한다.
김인수 경남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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