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리2호기 재가동도 뉴진스처럼 새롭게
얼마 전 우리나라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팬 미팅이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한 멤버가 선보인 ‘푸른 산호초’ 무대가 특히 주목받았다. K-팝을 대표하는 그룹이자, Z세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인 뉴진스의 멤버가 1980년대 일본 가요계를 풍미한 국민가수 마츠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새롭게 연출하여 중년 팬들의 환호는 물론 현지 언론도 대서특필하며 극찬을 쏟아냈다. 행사 양일간 9만 명 이상의 팬이 운집했고, 무대 영상은 누적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어섰다고 한다.
가요계에서는 언제든 기존 흐름을 뒤엎고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 내는 뉴진스의 강점을 거론하며, 향후 세계 시장을 무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도 기존 K-팝 가수들의 전형적인 팬 미팅 구성을 깬 ‘콘서트 급’으로 구성했다. 일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무대, 40년 전 향수를 일으키는 명곡 재연 등의 새로운 시도로 현지 팬들과 깊은 음악적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연출을 보면 과거와 미래는 따로가 아니라 상호 연결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탄생을 이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고리2호기 원자력발전소도 1980년대 가동을 시작해 지난해 일시적으로 운전을 멈추었지만,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더 안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번 재가동은 과거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 새로운 설비 및 기술의 적용으로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차원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은 신규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즉시 활용 가능한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
고리2호기는 1997년 이후 총 3248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발전소 안전성을 높이고, 성능을 개선해 왔다. 최신 안전 기준 반영을 통한 안전성 증진 설비개선 77건에 1792억 원, 기타 설비 운영개선 122건에 1456억 원이 투자됐다. 향후 계속운전 안전성 증진사항 반영 등 1758억 원 규모의 계속운전을 위한 추가 설비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원전의 안전성 증진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설비의 적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한수원은 원전의 보다 안전한 운영을 위해 최신 규제 요건을 정밀하게 반영한 ‘환경 피로 감시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새롭게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앞으로 고리2호기를 비롯한 모든 원전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새 시스템을 통해 가동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 한수원은 지진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한층 더 강화하려고 중앙연구소 내에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를 새롭게 마련했다. 이 센터는 실제 지진 상황을 재연할 수 있는 최신의 내진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수원은 이를 활용해 체계적인 내진 실험과 신속한 기술 지원을 수행함으로써, 원전의 지진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검증과 평가 개선, 그리고 새로운 안전 혁신 기술의 적용 노력은 향후 고리2호기를 비롯한 계속운전 원전의 재가동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무탄소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을 위해 안전성이 입증된 원전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전 세계적으로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67기 가운데 91%인 244기의 원전이 계속운전을 시행하고 있다(2023년 12월 기준).
우리나라도 향후 6년 이내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있다. 계속운전의 첫 단추인 고리2호기 재가동이 한수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 및 연계 산업에도 매우 중차대한 이유이다.
고리원자력본부 임직원 모두는 내년도 고리2호기 재가동 시작을 단순히 과거 설비의 유지가 아닌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무탄소 에너지를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각오로 철저한 점검과 준비에 나서고 있다. ‘계속운전’이라는 가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40여 년 원자력발전 에너지 역사가 새로운 미래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