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감정에 충실했던 연기…전도연은 내 우상, 처음 보고 쫄았죠”

이원 기자 2024. 8. 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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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영화 ‘리볼버’ 임지연

- ‘무뢰한’ 오승욱 9년 만의 새 작품
- 임, 전직 경찰관과 얽힌 마담 役
- 감시자? 조력자? 미지의 캐릭터

- “대본 읽고 이 판서 놀아보자 생각
- 도연 언니 눈빛 강렬한 기운 받아
- 연인 이도현 서로 응원하고 의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을 거치며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는 임지연이 영화 ‘리볼버’(개봉 7일)에서도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진지한 누아르풍 영화에 활기와 재미를 불어넣으며 평소 롤모델로 생각하는 전도연과 워맨스(우먼+로맨스, 여성 사이 우정과 유대)를 자아냈다.

오숭욱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 영화 ‘리볼버’에서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 역을 맡은 임지연.


오승욱 감독이 ‘무뢰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리볼버’는 큰 대가를 받기로 하고 모든 비리를 뒤집어쓴 채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이 출소 후 받기로 했던 대가를 찾기 위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직 경찰 하수영은 전도연이 맡았고, 임지연은 하수영이 출소 뒤 처음 만난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 역을 맡아 감시자인지 조력자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지연은 “제가 오승욱 감독님 팬이어서 대본 보기도 전부터 정말 ‘올레’를 외쳤다. 그런데 전도연 선배님이 출연하신다고 해서 ‘무조건 참여할래요’라고 했다”며 ‘리볼버’ 참여는 행운이었음을 전했다. 정윤선 역도 매력적이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윤선이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저도 이 판에 들어가서 좀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닌 정윤선을 잘 표현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음을 밝혔다.

임지연이 떠올린 정윤선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녀는 “윤선이는 ‘무뢰한’에서 전도연 선배님이 연기한 김혜경의 ‘어린 김혜경’이라고 생각했다. 약간 톡톡 튀고,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다. 남자도 많이 만나봐서 이용도 하고 배신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미지에 맞도록 의상도 꼼꼼히 살폈다. “화려하고 튀는 것 좋아하는 여자여서 화려한 액세서리를 쓰고, 최대한 제 몸과 잘 어울리는 라인이 많이 보이는 치마를 입었다. 하이힐에 양말을 신는 등 말도 안 되는 매치를 하기도 했다”며 출연한 배우 중 의상 피팅 시간이 가장 길었음을 전했다.

‘리볼버’ 속 한 장면. 전직 경찰 하수영 역으로 전도연(오른쪽)이 출연해 호흡을 함께 맞췄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지연은 ‘리볼버’를 통해 연기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금까지는 캐릭터를 분석해 그에 맞는 연기를 계획하고 촬영장에 갔지만 ‘리볼버’ 때는 현장에서 느낌이 오는 대로 연기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감각적으로 움직여 보자’고 용기 냈다. 그래서 대본에도 많이 의지 안 했고, 생각도 많이 안 했다. 예를 들어 하수영을 보고 ‘언니, 언니’ 부르는 것도 아예 없던 것인데 저도 모르게 했다. 본능적인 것이 나타나는 경험은 처음이어서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떠올렸다. 현장에서 정윤선처럼 행동했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로부터 ‘정윤선 자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임지연의 연기를 만들어 준 1등 공신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전도연이다. 촬영장에서 하수영을 연기하는 전도연의 에너지는 임지연을 더욱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그녀는 “솔직히 제가 쫄았다. ‘전도연 선배님의 기에 눌려서 내가 연기를 못하면 어떡하지?’ 생각했다. 잔뜩 쫄아 현장에 갔는데 선배님이 슛 들어가기 전 제 눈을 보시더라. 그 모습은 그냥 하수영이었다. 하수영으로서 ‘야! 정윤선 너 왜 왔냐?’라는 느낌으로 쳐다보는데 그 눈빛에서 기운을 제대로 느꼈다”고 전했다.

마치 ‘너 정윤선이지? 나 하수영이야’라고 하는 듯한 전도연의 눈빛은 임지연을 정윤선으로 빠져들게 했다. 임지연은 “그 순간이 너무 선명하고, 후배로서 좋은 기운을 받았다. 저도 나중에 후배한테 그런 기운을 주고 싶다. 그런데 전도연 선배님은 그때를 전혀 기억하시지 못하더라(웃음)”며 “‘나도 생각보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우였음을 깨닫게 됐다. 조심스럽게 알을 깨고 나온 것 같다”고 새로운 연기 시도 소감을 들려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 스스로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하면서 다닌 일화도 전했다. 임지연은 “한예종 시절에 전도연 선배가 출연한 영화를 보며 엄청난 아우라를 느꼈다. 당시 저는 독립영화들을 찍고 있었는데, 전도연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전도연 선배님이 걸어온 배우의 길을 동경했고,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았다”며 ‘전도연의 팬’임을 밝혔다.

‘더 글로리’에서 호흡을 맞춘 송혜교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송혜교는 지난달 31일 열린 ‘리볼버’의 VIP 시사회에 참석해 임지연을 지원 사격했다. 임지연은 “혜교 언니가 저를 못 만날까 봐 꽃과 함께 손편지까지 써서 줬다. 정말 감동받았다”며 “편지 내용도 외운다. ‘지연아 얼굴 못 보고 갈 듯해서 편지를 남겨. 초대해 줘서 고맙고 언제나 빛나는 지연이는 스크린에서도 똑같이 빛나’라고 써줬다”고 송혜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더 글로리’에 함께 출연하며 연인이 된 이도현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남친 이도현과 공개 연애를 하고 있는 임지연은 “걸렸는데 어떻게 하겠나. ‘제가 연애 중이에요’라고 한 것도 아닌데. 서로 엄청나게 응원한다. 서로 되게 좋아하는 배우고, 많이 의지한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 시대 배경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촬영 중인 임지연은 “예전에 출연한 사극을 다시 보고 있다. (미숙했던 모습이) 미칠 만큼 괴롭지만 참고 본다. 내 매력을 찾아 캐릭터에 입히는 과정을 알아가며 연기가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고 말해 업그레이드된 연기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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