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충무항에’ 리메이크한 곡, 70년대 항구도시 부산의 애환 담아

김종호 국립해양박물관 교육문화팀 연구원 2024. 8. 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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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명곡을 만들고, 명곡은 시대를 담는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가왕 조용필의 명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음반은 1970년대 항구도시 부산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냈고, 시대의 명곡이 되었다.

원곡이라 할 수 있는 '돌아와요 충무항에'에서는 '무정한 부산배는 님 실어가'라는 가사로 통영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노래의 마지막 가사 '돌아왔다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는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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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30> ‘돌아와요 부산항에’ 음반과 음반커버

시대는 명곡을 만들고, 명곡은 시대를 담는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가왕 조용필의 명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음반은 1970년대 항구도시 부산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냈고, 시대의 명곡이 되었다.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조용필 독집앨범 LP.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원래 무대는 부산이 아닌 통영이었다. 1970년 통영 출신 가수 김해일이 ‘돌아와요 충무항에’를 발표했는데, 조용필이 1972년과 1976년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면서 지금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되었다.

원곡이라 할 수 있는 ‘돌아와요 충무항에’에서는 ‘무정한 부산배는 님 실어가’라는 가사로 통영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때 통영의 화자는 떠난 님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희망이 없기에 돌아오라는 외침은 그저 부질없는 하소연일 뿐이었다. 구슬픈 노래였고, 흥행에도 실패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마냥 행복한 노래는 아니다. 부산의 화자도 형제를 떠나보냈다. 가사 속 암시처럼 연락선을 타고 일본에 건너갔을 수도 있고, 월남 파병, 중동 건설, 원양선 승선 등 다른 이유로 떠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형제는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흥행은 1975년부터 시작된 재일교포의 모국 방문 사업과 맞물려있었다. 노래의 마지막 가사 ‘돌아왔다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는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이었다. 가사도, 곡조도, 그리고 노래에 담긴 의미마저도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원곡보다 더 밝았고 희망적이었다. 당시 표현에 따르면 벚꽃처럼 북상한 인기가 전국을 뒤덮었고, 음반은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1970년대는 부산의 시대였다. 우연히 부산은 국제무역항으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었고, 필연적으로 대한민국 수출주도 경제의 핵심이 되었다. 발전하는 부산으로 이촌향도가 이루어졌고, 발전하는 고국을 향한 귀국이 가능해졌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은 하나의 시대정신이었다. 1979년 10월에 부산은 인구 300만을 돌파하면서 그 시대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래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부산으로 돌아와달라는 간절한 부탁이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었고 명곡의 의미도 바뀌었다. 사직야구장에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담아 부르던 노래를, 서울의 잠실야구장에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부른다.

부산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점점 간절한 부탁이 되어가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에선 오륙도를 지나가는 선박들과 부산항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2033년이면 부산 인구는 300만 명이 붕괴된다고 한다. 인구만 본다면 1979년으로 돌아간다.

그 날의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열창할까?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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