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때부터 잘못됐다"…자전거 못 다니는 '자전거 도로'
【 앵커멘트 】 서울 도심 전역에 1,000km가 넘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직접 둘러봤는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박혜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퇴근 시간대 서울 종로구의 한 자전거 전용도로 모습입니다.
1미터 정도 너비에 자전거 한 대가 버스 대기 줄 틈을 비집고 겨우 빠져나오고, 종을 울려도 비켜주지 않아 결국 옆길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 인터뷰 : 자전거 이용객 - "자전거도로랑 버스 정거장이랑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저도 불편하지만 (보행자도) 위험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 여의도의 자전거 전용도로 위로는 택시가 줄지어 서 있어 자전거가 아예 지나다닐 수도 없습니다.
▶ 인터뷰 : 택시 운전기사 - "(여기가 자전거 전용 도로인 거 아셨나요?) 알고 있죠. 택시정류장이 여기 있잖아요. 이거를 철거하면 안 서요."
▶ 스탠딩 : 박혜빈 / 기자 - "종각부터 동대문까지 2.5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제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주행해보겠습니다."
자전거 도로 절반을 덮은 식물들로 시야가 가려지고, 마주 오는 보행자도 번번이 피해야 합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좌회전하는 차량과 부딪칠뻔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모두 자전거 도로를 도시 설계 단계부터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구도심이잖아요. 차량 위주로 (설계를) 하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 확보는 거의 어렵죠."
자전거 도로를 다시 설치하려 해도 적잖은 비용 탓에 부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끝 차로를 활용하는 '자전거 우선도로'를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합니다.
▶ 인터뷰 : 정경옥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자전거 우선도로를) 잘 알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하는 부분이 필요하고 또 제도적으로도 자동차가 자전거를 좀 더 보호할 수 있는…."
시민들의 안전과 편리함을 함께 할 수 있는 '자전거 친화도시' 안착을 위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박혜빈입니다. [park.hyebin@mbn.co.kr]
영상취재: 이권열 기자·이동학 기자 영상편집: 이재형 그래픽: 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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