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횡설수설 혼잣말하던 현실판 '향숙이', 알고보니 미제사건 살인마?

김세령 2024. 8. 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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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07일 (수)

■ 진행 : 황윤창 변호사

■ 대담 : 황정원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윤창 변호사 (이하 황윤창) : 지금부터 이야기해 드릴 이 사건은요. 영화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때는 2014년 6월 울산의 한 파출소로 의문의 남성이 찾아오며 시작됐습니다. 이 남성은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지도 쫓기지도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며 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장황했고 두서가 없었으며 횡설수설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던 일이죠. 그날 이후 이 남성은 해당 경찰관에게 수시로 연락을 해왔고 그렇게 둘 사이에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남성이 앞서 자백했던 살인 이 살인은 진짜였을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황윤창 변호사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정원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정원 변호사 (이하 황정원) : 안녕하세요 황정원 변호사입니다.

◇ 황윤창 : 변호사님 평소에 누가 상담하러 와서 내가 살인범이다라고 하면서 뭔가 횡설수설한다라고 하면 어떠실 것 같습니까?

◆ 황정원 : 일단 당황스럽지만 이야기는 들어볼 것 같은데 무섭기도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귀에 잘 안 들리고 경찰 신고부터 생각날 것 같은데요. 변호사님은 어떠실 것 같으세요?

◇ 황윤창 : 글쎄요. 경위를 들어봐야겠지만 자수를 할지 아니면 자수하지 않고 수사가 진행 중에 자백을 할지 고민해 볼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해 볼 이 사건 같은 경우 정말 희박한 가능성 작은 단서일지라도 놓치지 않고 끈기 있게 수사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필요한지 이걸 다시 깨닫게 해줄 그런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요. 변호사님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황정원 : 2014년 6월 한 남성이 파출소에 찾아와 달과 지구의 관계, 꽃과 나무, 강우량 수치 같은 자신만의 세계를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남자는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듯 했지만 듣다 보면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횡설수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남자는 경찰관에게 삶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라고 하더니 내가 살인범이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 황윤창 : 이게 파출소에 근무하시는 이제 경찰관님들께서 아무래도 초동 조치나 신고에 대한 어떤 출동 업무를 주로 하시다 보니까 횡설수설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부족했을 것 같고 그리고 그 와중에 이제 살인 얘기가 나오면 좀 이상한 소리다 이렇게 치부해버리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누군가에게 쫓기지도 않는 상황에서 내가 살인범이다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경찰서에서 그 얘기를 한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장난을 치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 황정원 : 네 마침 그런데 그 파출소에 있었던 경찰관이 강력팀 팀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리가 아직 나지 않아서 잠시 파출소에 근무를 하고 있어 건데요. 이 경찰관은 남자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자가 하는 이야기 속 순간순간 튀어나온 말들이 울산 움막 살인 사건의 내용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 황윤창 : 울산 움막 살인 사건이라는 게 어떤 사건이죠?

◆ 황정원 : 울산 울주군 온양읍 무도산 기슭에 혼자 살던 피해자 김 씨가 사망한 사건인데요. 피해자 김 씨는 누군가로부터 둔기에 가격당하고 이불이 덮어진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김 씨의 움막이 불에 타 폐허가 되면서 범인을 잡기 위한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던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 황윤창 : 그러면 이 파출소에 계시던 경찰관께서 남성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이 정말 그 울산 운막 살인 사건의 진범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겁니까?

◆ 황정원 : 그렇죠 왜냐하면 이 남성이 도저히 범인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진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남성은 범행 당시 날씨, 도로 상황, 움막까지 가는 길 사용한 둔기와 가격 부위 등 범행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묘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관이 조금만 되물어도 다시 장황한 자신만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시기라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관은 전략을 바꿔서 이 남성의 삶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연락처를 직접 알려주면서 수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 황윤창 : 이게 파출소에 계시는 경찰관께서 용의자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경찰청이나 경찰서에서 담당하는 사건 진행하는 분들은 모르겠는데 지금 파출소에 계시는 경찰관이 하시기에는 참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특이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그 이 남성이 경찰관에게 계속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 황정원 : 그렇습니다. 이 남성은 늦은 밤 경찰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서 그때 그때 자신이 떠오른 생각들을 횡설수설 설명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변이 안 나온다 이런 연락을 하기도 했다는데요. 경찰관은 그런 연락을 받아도 직접 이 남자의 집까지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이 남자와 아주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 황윤창 : 정말 이 경찰관께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면 이 남성이 자신이 언급했던 그 범행 그러니까 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나요?

◆ 황정원 : 이 남성은 결국 울산 움막 살인 사건에 대하여 자세한 진술을 하였는데요. 범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까지 진술을 했고, 그 진술은 2012년 사건 발생 당시 수사 기록과 현장 사진 기상 상태와도 모두 일치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남성이 저지른 살인 사건이 한 건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 황윤창 : 한 건이 아니라고 하면 또 다른 범행도 있었던 겁니까?

◆ 황정원 : 이 남성은 울산 움막 살인 사건 말고도 또 다른 살인 범행을 이야기했는데요. 2012년 2월 옆집에 몰래 들어가서 설거지하던 할머니를 뒤에서 야구방망이로 내려쳐 살해했다 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꾸 머릿속에서 옆집 할머니를 죽이지 않으면 이 할머니와 결혼해야 된다 소리가 들려서 살해했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살인 동기까지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 황윤창 : 관건은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남성이 자백한 두 사건의 살인 사건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과연 자백한 내용 그러니까 이 남성이 밝힌 범행 상황과 일치하는 미해결 사건이 있었다는 건데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데 어땠습니까?

◆ 황정원 : 경찰은 남성의 두 번째 살인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 수소문을 한 끝에 남성의 이웃집에 살던 할머니의 가족을 찾았습니다. 할머니는 남성이 말한 대로 두개골 골절에 부상을 입고 입원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가족들은 가정 형편 때문에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경찰이 찾아오자 가족들은 경찰과 연락을 끊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찰관은 다시 난관에 봉착하였는데요.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직장 동료를 따라서 잘못 찾아간 장례식장 바로 옆에 할머니의 장례식을 보게 된 것입니다.경찰관은 할머니의 가족들을 다시 설득을 할 수 있었고 국과수에 할머니의 부검을 의뢰하면서 남성의 진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황윤창 : 네 정말 특이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보험 문제로 가족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것도 통상 있는 일은 아닌 것 같고요. 그리고 장례식장에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워낙에 횡설수설하고 앞서 한청이 들려 죽였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보니까 당연히 정신감정도 의뢰했을 것 같거든요.

◆ 황정원 : 그렇습니다. 다행히 정신감정 결과 남성의 지능이 국내 상위 5% 수준으로 매우 높고 살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국과수 심리분석팀의 소견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 황윤창 : 네 그러면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 넘긴 겁니까?

◆ 황정원 : 경찰은 두 건의 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 남성일 거라 확신을 했지만 자백과 심증만 있을 뿐 범행에 사용하였다는 야구 배트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물증이 없는 상태였는데요. 경찰은 이 남성의 진술 영상과 움막 살인 사건의 수사 기록을 일일이 대조해서 진술이 모두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냈고, 국과수 심리 분석 소견 할머니의 부검을 의뢰하면서 남성의 진술을 확인하여 기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체포 영장이 수차례 기각이 되었고요. 담당 검사가 세 번이나 바뀔 때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가 마지막으로 검찰이 남성의 집을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보강 수사를 한 끝에 재판에 넘길 수 있었습니다.

◇ 황윤창 : 형사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했을 것 같은 게 어쨌든 살인 사건을 두 건이나 저지른 범인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이걸 굉장히 불안해 했을 것 같거든요. 그 재판은 어떻게 됐습니까?

◆ 황정원 : 검찰은 무려 48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남성의 진술 영상을 토대로 기소를 하였는데요. 황당한 거는 그렇게 파출소에 찾아가서 많은 이야기를 했던 남성이 구속이 시작되자마자 입을 닫아버린 겁니다. 그리고 남성은 재판에서는 자신이 정신질환이랑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 황윤창 :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백까지 없었다라고 하면 상황이 좀 어렵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황정원 : 다행히 법원은 이 남성의 살인죄를 모두 인정하여 징역 20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로써 사건 발생 4년 만에 남성의 살인 범행의 죄를 물을 수 있게 된 겁니다.

◇ 황윤창 : 사건 X파일 오늘은 자신이 살인범이라며 경찰서를 찾아온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 살펴봤습니다. 어쩌면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들이었습니다. 물론 범인이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한 경찰관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당신 주변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냐라는 질문에 경찰이니까 하지 누가 하겠냐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경찰들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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