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세영이 공개 제기한 ‘후진적 스포츠 행정’ 바로잡아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 발언’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정확히 경위를 파악해야겠지만, 그간 권위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운영되어온 스포츠 행정을 바로잡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안세영은 7일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귀국길에 오르면서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을 두고 “(협회가) 대기하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본인 의사로 불참했다”는 대한체육회 설명과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직후 “부상 과정에서 대표팀에 큰 실망을 했다. 대표팀과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 충격파를 던졌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분노였다”는 말까지 했다. 반대로, 선수단보다 일찍 귀국한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선수와 갈등은 없었다”고 밝혔고, 협회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거나 기자회견에 불참하도록 지시한 바 없다”며 제기된 문제들에 반박 입장문을 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부터 규명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진력한 국가대표 선수 발언을 개인적 불만으로 치부할 일은 결코 아니다.
한국 스포츠 행정의 후진성은 여러 종목에 걸쳐 자주 드러났다. 권위적·일방적인 협회 운영,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 비효율적인 훈련과 선수보호 등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 격인 배트민턴협회는 2013년 도핑테스트 검사관들에게 선수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 간판 이용대 선수가 자격정지 판정을 받았다. 2018년엔 배드민턴 선수 6명은 중국행 여객기 일반석에 태우고 협회 임원 8명은 비즈니스석에 앉는 일도 벌어졌다. 2021년 리우 올림픽 여자 복식 동메달리스트 정경은이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대표 선발 과정 의혹을 제기했고, 올해 파리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사격협회장은 임금 체불 사유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 불공정한 이사회 진행,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폐쇄성 문제가 동시다발로 제기됐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투혼과 열정만 앞세우던 시대는 지났다. 공정과 투명성이 선수들의 도전 의지와 인화·단결을 높일 수 있다. 협회는 선수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돕는 조직이어야 한다. “제 이야기들을 고민해 주고 해결해 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는 안세영의 바람대로, 정부는 체육계 전반에 쌓인 난맥상을 타파·혁신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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