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파리] 예상 밖 자제…'안세영 사태' 어떻게 되나

2024. 8. 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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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일정까지 급히 바꿔서 선수단과 따로 귀국한 배드민턴협회장은 "갈등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고, 파리에서 작심하고 협회를 비판했던 안세영 선수는 "모든 걸 얘기하겠다"고 예고한 귀국 인터뷰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스포츠부 이규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안세영 선수가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한국에 가서 다 얘기하겠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저도 들어봤지만 정작 귀국 인터뷰에서는 "협회와 상의하고 얘기를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어요.

【 기자 】 네. 안세영 선수, 파리에서 금메달을 딴 뒤 공식 기자회견부터 귀국 전 공항에서까지 여러 번의 인터뷰를 통해 협회를 비판한 뒤 "한국에서 모든 걸 말하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12시간의 비행 후 한국에 도착하자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 질문 1-1 】 12시간 동안 협회가 안세영 선수를 설득했던 걸까요?

【 기자 】 일단 안세영 선수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오늘 안세영 선수가 타고 온 비행기에는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김원호-정나은 선수 뿐만 아니라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사격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메달을 딴 동료들이 축하받아야 하는 자리를 자신의 협회 성토장으로 만든다는 상황이 꽤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 질문 1-2 】 동료들에게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협회나 팀과 상의한다는 말을 반복하던데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

【 기자 】 안세영 선수가 도착하자마자 내놓은 첫 마디가 "싸우려는 게 아니다"였습니다.

안세영 선수의 파리 작심 발언을 뜯어보면 대표팀 운영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대표팀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며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게 해달라. 이렇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미 자기 얘기를 다 한 만큼 확전을 자제한 채 협회랑 얘기를 해보면서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는 거죠.

【 질문 2 】 앞서 리포트에서도 전해 드렸지만, 기습 귀국했다가 취재진에 둘러싸였던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이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보도자료.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겼나요?

【 기자 】 네 김택규 위원장이 귀국한 지 약 9시간 만인 오후 6시에 '안세영 선수 인터뷰 및 관련 기사에 대한 협회의 입장 표명'라는 제목으로 배포됐습니다.

무려 10장짜리 분량에, 코치진들의 진술 확인서까지 첨부되어 있었는데요.

'벌금 때문에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켰다', '부상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등 안세영 선수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습니다.

특히 전담 트레이너를 파리 합류 요청을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이 감독에게 트레이너와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트레이너 본인도 파리행을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 안세영 선수와 협회의 갈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면서요?

【 기자 】 안세영 선수, 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7년 동안 분노를 참아왔다"고 했죠.

여기서 말하는 7년은 처음 태극마크를 단 15살부터 지금까지를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국가대표 기간 내내 불만이 있었다는 겁니다.

단식보다 복식 위주로 대표팀이 운영되는 것에 대한 불만, 미흡한 부상 관리, 자신의 요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답답함 등이 쌓이고 쌓였다가 결국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4 】 일단 상황이 파국 직전에서 딱 멈춘 것 같은 분위기인데, 대표팀 김학균 감독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얘기인가요?

【 기자 】 안세영 선수는 "협회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문제는 개인자격으로 나가는 선수도 세계대회 출전을 위해서 반드시 대한배드민턴협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배드민턴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경우 만 27세가 넘어야지만 개인자격 출전이 가능합니다.

【 질문 4-1 】 그럼 안세영 선수는 지금 22살이니까 개인자격으로 국제대회 출전은 불가능한 거네요? 그걸로 협회와 법적으로 다투겠다는 건가요?

【 기자 】 김학균 감독이 말하는 법정 다툼이 그걸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8년 국가대표를 은퇴한 배드민턴 선수들이 당시 만 31세 이상의 은퇴 남자 선수만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협회의 규정이 과도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요.

법원이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남자선수들의 제한은 만 31세에서 현재 만 28세가 됐습니다.

【 앵커멘트 】 선수가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이규연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양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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