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 갈등으로 ‘정보 참사’ 낳은 정보사… 원인은?
●“계급 역전-대북 공작 특수성 등이 갈등 원인”
우선 군 내부에선 여단장과 사령관의 치고받는 고소전을 두고 군의 지휘체계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단장은 육군사관학교 47기로 50기인 정보사령관보다 3기수 선배다. 그러나 계급은 원스타, 즉 준장으로 투스타 소장인 정보사령관보다 낮다. 육사 선배가 3기수 아래 후배 지휘를 받는 처지가 되면서 두 사람간 갈등이 시작됐고, 결국 고소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단장은 현역 중엔 손에 꼽히는 대북 특수 공작 전문가이자 관련 분야 최고참이라고 한다. 여단장은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책임 지휘관으로 과거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 지배인과 여종업원 12명이 탈북한 사건에도 관여하는 등 중국 등 해외에서 대북 특수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잔뼈가 굵은 ‘블랙요원’이었던 것.
반면 정보사령관은 야전 사단이나 지상작전사령부 등에서 정보 임무를 수행한 인물로 대북 특수 공작 임무는 수행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정보본부에서도 근무했지만 휴민트 대북 특수 공작 임무는 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군 안팎에선 대북 특수 공작에 있어 최고 전문가를 자저하는 여단장이 관련 경험이 없는 사령관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단장이 기획 중인 공작 계획 관련한 보고에서 정보사령관을 ‘패싱’하다가 결국 상관 모욕 혐의로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 됐고, 여단장 역시 정보사령관을 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
일각에선 여단장이 정보사령관을 폭행 혐의로 고소하며 공개된 고소장에서 언급된 ‘광개토 기획 공작’이 여단장이 계획한 또다른 공작이고, 이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두 사람 간 갈등이 증폭된 거란 해석도 있다. 정보사령관은 민간 연구소에 정보사 비밀사무실(오피스텔)까지 빌려주며 진행하는 해당 기획이 다소 무리한 공작임을 지적했고, 여단장은 “공작을 안 해본 비전문가라 모르는 소리를 한다”는 식으로 대응했을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오는 것. 실제로 여단장은 고소장에 정보사령관에게 “이런 식으로 비전문가인 사령관이 개입을 하니까 공작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대북 특수 공작원, 상명하복 중시 않는 경우도”
군 관계자는 “대북 특수 공작 계획의 경우 고도의 보안이 필요해 최고 윗선 지시 등에 따라 정상 지휘 계선을 몇단계 건너뛰고 극소수에게만 보고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대북 특수 공작 임무에 특화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서로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북 특수 공작을 오래 해 온 이들 중엔 스스로를 반드시 상명하복해야 하는 군인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같은 특성도 전례 없는 장군 간 고소전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올 초부터 특수 공작 임무를 두고 불거진 이같은 지휘부간 갈등이 정보사가 이후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 동포(조선족)에게 블랙요원 명단 등 기밀을 손쉽게 유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문제는 극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휘부 간 갈등이 불거져 각자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번처럼 공작 명칭이나 비밀 사무실 위치 등 기밀이 줄줄이 공개됐다는 것. 군 안팎에선 이같은 ‘정보 참사’가 ‘안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정보사에서 기밀이 마구 새는 문제가 발생하는 건 우리 안보 근간이 무너진다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정보사 내부 지휘 체계부터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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