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한 ‘스마일 점퍼’ 우상혁…가뿐하게 예선 넘었다[파리올림픽]
두피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바짝 깎은 머리. 8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의 2층 최상단 기자석에서도 그가 누군지 한눈에 보였다. 7일 높이뛰기 남자 예선에 출전한 우상혁(28·용인시청)이었다. 그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4위에 오르며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치열한 메달 경쟁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날 첫 도약을 앞둔 우상혁의 표정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허벅지, 어깨, 얼굴을 손바닥으로 연신 내리치며 긴장감을 풀었다. 도움닫기 직전 힘찬 함성을 내지른 우상혁은 바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 점프해 2m15의 바를 깔끔하게 깔끔하게 넘었다. 우상혁은 그제야 웃었다.
예선엔 우상혁 포함 31명이 참가했다. 상위 12명 안에만 들면 결선에 오른다. 우상혁은 개인 최고 2m36보다 21cm 낮은 바 앞에서 긴장했다. ‘메달 후보’가 돼 3년 만에 다시 찾은 올림픽은 세계랭킹 3위의 강자 우상혁도 잠시나마 떨게 했다.
무대에 적응한 우상혁은 거침없었다. 다음 높이인 2m20을 가뿐히 넘었고, 2m24에 도전하기 전엔 씩 웃은 뒤 역시나 어렵지 않게 정복했다. 점점 높이가 올라가는 가운데 우상혁도 2m27에서 한 차례 실패했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두 번째 점프엔 무리 없이 성공시키며 공동 3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2m27을 넘은 선수는 우상혁 포함 5명뿐이었다. 강력한 경쟁자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도 2m27에 세 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넘지 못했다.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은 왼쪽 종아리 경련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데도 2m27을 넘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 육상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1992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 1996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단 두 명뿐이다. 모두 마라톤 선수였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 최초 트랙·필드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파리에서 매일 머리를 밀고 있다. 1㎝라도 더 높이 뛰기 위한 각오다. 결선은 한국시간 11일 오전 2시 열린다. 우상혁이 가장 높이 날아오를 시간이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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