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타한 ‘미나리’ 감독 신작 ‘트위스터스’, 한국서도 태풍 될까

허진무 기자 2024. 8. 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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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신작 영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추격하는 스톰체이서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 애슐리 샌드버그 제작총괄 프로듀서(왼쪽부터)가 7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 <트위스터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트위스터스>가 오는 14일 개봉한다. 정 감독은 이민자 가정의 경험을 풀어낸 영화 <미나리>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초대형 재난 영화에 도전했다. 7일 시사회에 참석한 정 감독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하는 꿈을 이룬 것 같다”며 “어린 시절 겪었던 무서운 토네이도에서 영향을 받은 영화”라고 말했다.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향해 돌진하는 ‘폭풍 추격대’의 이야기다. 미국 뉴욕 기상청 직원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는 토네이도에 친구들을 잃었다. 5년 뒤 케이트는 친구 하비(앤서니 라모스)의 토네이도 관측팀에 합류해 고향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튜버 타일러(글렌 파월)와 경쟁하고 합심한다.

재난 영화의 핵심은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것이다. <미나리>에서 보여준 소박한 연출과 달리 <트위스터스>에선 넓은 시네마스코프(화면비 2.39:1) 화면, 컴퓨터그래픽(CG)과 음향효과를 총동원해 경이로운 시·청각적 충격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사실 정 감독은 SF 시리즈 <만달로리안> 에피소드를 연출한 경험으로 <트위스터스> 감독에 발탁됐다. 태풍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미국 아칸소주에서 성장한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정 감독은 “<트위스터스>는 1편처럼 실제 야외 촬영을 통해 관객에게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미나리>에서도 토네이도 장면이 나오는데 직접적인 제 경험을 녹였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 가족이 이사한지 2~3주만에 토네이도가 왔죠. 밤이라 잘 보이진 않았지만 굉장히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애슐리 샌드버그 제작총괄 프로듀서는 “토네이도 발생 지역을 이해하는 사람을 감독으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정 감독이 적임자라는 제 생각은 이 작품을 통해 검증됐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신작 영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추격하는 스톰체이서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신작 영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추격하는 스톰체이서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트위스터스>는 1996년 <트위스터> 이후 28년 만의 속편이다. 정이삭 감독은 <트위스터스>를 연출하기 위해 1990년대 재난 영화를 공부했다. <트위스터>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제작진도 참여했다. 정 감독은 “<트위스터>의 굉장한 팬이라서 어떻게 존경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재난 영화는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장르이기도 하다. <트위스터스>에선 케이트와 타일러 사이 로맨틱한 감정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28년 전 <트위스터> 주인공 조처럼 <트위스터스>에서도 케이트가 가진 트라우마는 인물에 깊이를 부여한다. 토네이도와 대결하는 서사 자체가 내적 혼란을 극복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케이트를 연기한 데이지 에드가-존스는 “토네이도 자체가 케이트 내면의 괴물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면서 “토네이도를 길들이고 극복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 역할 단역 배우가 “미친 대박이야”라고 한국어로 외치는 장면은 한국 관객을 위한 서비스다. 그는 사실 정 감독의 친구이자 <트위스터스>의 프로듀서다.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한 친구인데 ‘한국을 위해 꼭 해야 한다’고 의기투합했죠. 일부러 자막을 넣지 않아서 관객들이 직접 의미를 찾아보게 했어요.”

초대형 토네이도가 마을을 집어삼킬 때 주민들이 극장으로 대피하는 장면에는 정 감독의 ‘극장 사랑’이 반영됐다. “지금은 세상이 휴대전화 하나로 줄어드는 것 같아요. 자신보다 큰 것을 보는 기회를 잃어가고 있어요. 가장 안전한 장소로 극장을 고르고 싶었어요. 우리가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스크린 뒤의 커다란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장소죠.”

<트위스터스>는 미국에선 지난달 19일 개봉해 첫주에만 8125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재난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2억7484만 달러를 벌어 2024년 세계 영화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정 감독은 블록버스터 대작을 연출할 능력을 충분히 증명한 셈이다.

그는 “<트위스터스>를 제안받고 ‘내가 이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까’ 두려웠지만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다음에도 새로운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도전적인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리 아이작 정)의 신작 영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추격하는 스톰체이서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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