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의혹 부인한 방문진 이사에 폭로자 "저하고 딱 마주 앉아…"

박재령 기자,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2024. 8.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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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⑥] 5개 언론사 공동기획
2010년 '검사와 스폰서' 사건에 등장한 임무영 방문진 이사
"다 거짓말" 해명에 스폰서 정씨 "서로 무슨 말 했는지도 기억"
이진숙 법률대리인 임무영…이진숙 "임무영 멋쟁이" 댓글까지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2010년 방송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 갈무리.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임무영 신임 이사가 과거 검사 시절 스폰서 연루 의혹에 “다 거짓말”이라고 부인하자 해당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정아무개씨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서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한다”며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격 줬던 '검사와 스폰서' 사건에 등장했던 임무영 검사

2010년 MBC 'PD수첩'은 <검사와 스폰서>편에서 진주와 부산 지역 검사 100여 명이 건설업자 정씨로부터 성상납과 금품 등을 받았다는 법조비리 스캔들을 보도한다. 20년간 검찰의 스폰서 역할을 한 정씨의 폭로로 알려진 사건이다.

스폰서 정씨는 방송 이후 두 명의 기자와 책을 출간하는데 여기 임무영 검사가 등장한다. 정씨가 책에서 자신에게 스폰을 받은 검사 60여 명의 실명을 공개했고 여기 임 검사가 포함됐다.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는가 하면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가장 화끈하게 놀았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2011>

▲ 2011년에 출간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책.

관련해 지난 1일 공동취재단 보도 당시 임무영 이사는 정씨의 폭로를 부인했다. 임 이사는 “다 거짓말”이라며 “그 사람(스폰서 정씨)을 본 적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친구가 이슈화 시켜서 책을 팔자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 돌아서 별도로 고소 등 법적 조치는 안 했다”고 했다.

지난 5일 언론장악 공동취재단과 만난 정씨는 임 이사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임무영 당시 검사를 룸살롱에서 만났다며 상황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씨는 도면을 그리며 “여기가 출입구고 화장실이 안에 있었고 여기에 박OO 부장이 상석에 자리를 했다. 제가 이 정도쯤 앉았고 임무영 검사하고 저하고 딱 마주 앉았다”면서 “술집에 종사하는 아가씨와 검사들과 러브샷을 했다. (중략) 검사들이 아가씨를 안는 자세로 러브샷을 하고 폭탄주를, 그 다음에 민망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정씨와 책 공동저술한 기자 “취재 축적된 상황… 크로스체크했다”

정씨가 임무영 검사를 봤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2003년. 부산지검이 대검찰청 감사팀을 접대하는 자리에 자신이 스폰서로 참석해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쪽 방 들어가서 저는 이쯤 앉았고 임무영은 이쪽에 앉았어요. 그날 제가 대화 나눈 게 '부장님 혹시 서OO 부장 아십니까?' 당연히 아는 줄 알면서 물어봤죠. 왜냐하면 제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중략) 서울대 동기고 다 그러니까 그런 안부를 물은 기억도 나고요. (중략) 그리고 그날도 역시 OO(룸살롱)에 갔었습니다.”

검사들이 단체로 접대를 받았다는 폭로는 2010년 당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불렀다. 검찰 진상규명위원회, 특검 등이 꾸려졌지만 징계를 받은 건 검사 10여 명뿐이다. 관련 의혹에 대해 당시 진상규명위는 “(부산지검 A부장검사 제외) 나머지 검사들에 대한 성접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무영 이사는 공동취재단에 “참고인으로 진술한 사실은 있지만 징계, 경고 등의 조치 대상이 된 바 없다”며 “만약 경고를 받았다면 (잘못이 없으니) 이의제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10년 MBC PD수첩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씨.

공익제보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는 정씨는 임무영 이사가 방문진 이사가 됐다는 소식에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자리에 가고 싶고 그러면 (과거를) 인정하고 해야지 (증인이) 한두 명이 아니잖아요. (중략) 그때 참석했던 검사들이 다 있는데 그걸 갖다가 거짓말하고 또 저를 갖다 명예훼손 아닙니까. 없었던 사실이라고 저를 매도하려는 거 아닙니까? 완전히 제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진짜 고소하고 싶어요.”

책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을 정씨와 공동저술한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통화에서 “단시간에 정씨의 구술을 받아 (책을) 썼다고 한다면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전에 꽤 오랫동안 정씨와 '스폰서 검사'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며 “취재가 축적이 된 상황에서 정씨를 인터뷰 했기 때문에 크로스체크 등이 상당 부분 됐다”고 말했다.

구영식 기자는 “원래 (정씨) 증언은 임무영 검사가 어떤 식으로 장난을 쳤는지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었는데 너무 자극적이라 빠졌다”며 “책이 나올 당시 사건이 정리돼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반론을 하거나 소송을 걸면 사건이 다시 환기돼 검찰 입장에선 권위가 훼손될 걸 우려한 것 같다. 검찰 차원에서 (책에) 대응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누님' 부르던 임무영…친소관계 영향 줬나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 (7월19일 페이스북)

“사실 조선인들이 의사를 싫어하는 건 기질적 특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 (7월28일 블로그)

해당 발언들에 임 이사는 “불구를 가장해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했을 뿐”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들을 반복하고 과거 스폰서 의혹까지 있는 임무영 이사가 신임 방문진 이사가 된 이유는 뭘까.

▲ 임무영 6월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긴 이진숙 위원장.

'임무영 멋쟁이 바보'. 지난 6월 임무영 이사가 페이스북에 자기 부인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글을 올리자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단 댓글이다. 지난 2월엔 임 이사가 검찰청 도서관에 '신영복 책이 있는 게 말이 되냐'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이진숙 위원장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댓글을 달았다. 지난 5월에도 임 이사가 “놀며 쉬며 남은 삶을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고 쓰자 이진숙 위원장은 “쉽지는 않겠지만 현상 변경을 해야겠죠”라고 받았다.

임 이사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7월4일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고 했고 7월31일 이진숙 위원장은 임무영 이사를 방문진 신임 이사로 임명한다. 두 사람은 아는 사이를 넘어 변호인과 의뢰인 관계이기도 했다. 2021년 이진숙 위원장이 낸 명예훼손과 모욕죄 고소장엔 임무영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한 유튜버가 이라크 종군기자로 알려진 이진숙 씨가 실제로는 미군의 보호만 받고 다녔다고 의문을 제기하자 이진숙 위원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이다.

▲ 최민희 의원이 지난 2일 공개한 이진숙 위원장 명예훼손 고소장.

언론장악 공동취재진은 두 사람에게 명예훼손 사건 고소인과 법률대리인이라는 이해관계가 방문진 이사 임명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물었지만 양측 모두 답이 없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통화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편향되고 혐오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방문진 이사에 취임해 MBC를 관리감독하면 MBC에서 어떤 보도와 프로그램이 제작될 것인가”라고 우려하며 “(임 이사는) 방문진 이사 자리에 하루도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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