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사라진 IPO시장… 원인은 `고평가`

김남석 2024. 8. 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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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 기업 중 25곳 공모가보다 ↓
비교 규제 미흡해 과대평가 가능
주관사·금감원 등 책임론 불거져
[연합뉴스 제공]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당일 주가가 상한가까지 급등한 기업도 단 2곳에 불과했다.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공모가가 이같은 새내기주 약세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를 결정하고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와 상장을 결정하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진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36개 기업(스팩·재상장 제외) 가운데 25곳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졌다.

지난 5월 17일 상장한 아이씨티케이의 공모가는 2만원이었지만, 이날 기준 6860원으로 65% 떨어졌고, 지난달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주가도 4만33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한 달 새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어 포스뱅크(-61%), 제일앰엔에스(-58.45%), 스튜디오삼익(-52.22%), 코셈(-49.25%) 순으로 낙폭이 컸다.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70%가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지면서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공모가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공모가는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상장사가 희망 공모가격을 제시하고, 희망가격 범위 내에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실시해 결정한다. 희망가격은 산업군 내에서 선정한 '비교기업'의 주가를 고려해 결정한다.

하지만 비교기업 선정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마련되지 않아 오히려 주가가 과도평가된 기업을 선정, 상장 몸값을 부풀린다는 것이다. 결국 상장기업과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 상장을 심사하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가 하락률이 가장 큰 아이씨티케이는 케이씨에스, Infineon Technologies AG, Nuvoton Techology, NXP Semiconductors, Thales 등 5개 회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비교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률(PER)은 20.5에 달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실제로 얻고 있는 이득과 주가의 관계를 나타낸다. PER이 높으면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코스피 기업의 평균 PER은 16.93이다.

이노스페이스는 비교기업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제노코, 한화시스템을 비교군으로 선정했다. 공모 당시 제노코의 PER은 73.31배에 달했고, 항공우주산업 역시 22배로 코스피 평균을 웃돌았다.

이밖에 에스오에스랩은 퓨런티어(PER 37.92)를, 제일엠앤에스는 엔시스(28.83)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희망 공모가격을 높였다. 이들 기업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비교기업 선정 기준이 없어 상장기업의 희망 공모가에 맞춰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식"이라며 "적정 PER을 가진 기업을 1~2개 선정하고, 나머지는 산업군 대비 PER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평균 PER만 맞추면 당위성과 가격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모가 산정을 위한 주관사 차원의 일관된 기준도 없어 담당하는 팀별로 평가기준에 차이가 발생하는 등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과 일관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막무가내식 공모가 선정에 투자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증권사가 주관한 일반기업 IPO 310곳 중 18곳이 투자주의환기·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주관한 5곳 중 3곳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신한투자증권이 주관한 14곳 중 5곳이 부실기업화 됐다. 하나투자증권도 주관한 19곳 중 6곳이 부실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파두의 몸값 부풀리기 논란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관한 IPO에서는 상장폐지 기업이 각각 한 곳씩 나왔다.

증권사들은 상장 이후 기업의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만큼, 부실기업 지정에 대한 주관사의 책임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관사가 기업 실사와 공모가 선정 등을 담당하는 만큼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몸값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금투협이 '공모가 산정기준 예시안'을 만들어 증권사에 배포했지만, 이마저도 자율규제에 그쳐 증권사에 반영을 강요할 수 없다.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와 공모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역시 공모가에 대한 마땅한 기준 없이 상장을 승인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 28일 산정기준 예시안을 만들어 각 증권사에 배포했다"면서도 "어떤 부분이 수정됐는지, 예시안이 실제 증권사 내부 지침에 적용됐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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