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지방소멸 대응정책의 성공조건

파이낸셜뉴스 2024. 8. 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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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전 세계는 인구와 경제의 고도성장 시대가 끝나고, 인구감소와 저성장의 축소세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인구감소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이고, 산업구조가 지식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방소멸 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소멸 현상을 막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요약하면 첫째, 수도권 못지않은 일자리·교육·문화서비스를 향유하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도록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둘째, 총 10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씩 89개 인구감소지역을 포함한 100여개 지자체에 60억~110억여원씩 지원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국가 차원의 그럴듯한 정책과 기금이 있어서 얼핏 보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첫째,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을 통해 지역 인구를 늘리는 정책은 인구성장 시기에는 맞는 정책이었지만 인구감소 시기에는 어느 한 지역이 성공하면 다른 지역은 인구를 뺏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되기 때문에 부적합한 정책 기조이다. 둘째, 지방소멸 대응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역의 생활기반시설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를 담보하기에는 정책 목표와 실현 전략의 정교함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지역 생활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배후인구는 응급의료기관이 5만명, 중규모 대학이 10만명, 대형 상업시설이 30만명 정도인데 인구감소로 지방 소도시들은 배후인구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없고 기본 생활서비스 시설의 공급망이 무너지면 지방소멸은 가속화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교량의 화려한 야간조명, 상징가로의 조형물, 음악분수 설치, 이벤트성 축제 개최 등 선심성 사업에 주로 쓰여서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은 정책의 전제조건을 갖추도록 구체적 목표와 전략을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첫째, 일정 규모의 배후인구가 유지되도록 일명 '중소도시 연합생활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중소도시 연합생활권'은 상업, 응급의료, 교육 등의 배후인구를 고려해 지방의 중심도시에 백화점, 대학과 같은 중심기능을 유지시키고 주변 소도시에 문화·복지와 같은 생활서비스 기능을 분산 배치하여 연합생활권 전체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둘째,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맞춤형 일자리 육성과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수도권의 지식서비스산업과 경쟁하지 않는 지역특화 일자리를 육성하고, 산업네트워크를 연계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농어촌의 전통산업인 농축산업, 수산업을 첨단 디지털 산업과 연계하는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셋째, 지방정부로 하여금 '스마트 축소도시(smart shrinkage)'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한다. 인구성장 시기에 방만하게 확장되었던 기성 시가지를 중심기능은 원도심에, 주거기능은 대중교통 연결성이 좋은 곳으로 선택과 집중시키는 계획을 수립해야 1인당 기반시설 유지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국가 차원에서 '중소도시 연합생활권'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해야 하며, 지방정부로 하여금 장래 감소 인구에 맞추어서 기존 기능을 재배치하는 스마트 축소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이와 같은 정책 목표와 전략에 맞는 경우에만 전략적으로 지원되도록 정책 방향을 정교하게 수립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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