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대결 정국 뒤 ‘제안’ 정국?…영수회담 등 제안 봇물, ‘뇌관’ 여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영수회담과 여·야·정 정책 협의기구를 제안했다. 여권 내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아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여야가 민생 법안 협상에 물꼬를 트고 각종 법안 논의를 위한 제안을 주고받으면서 22대 국회 임기 70일만에 ‘정치 제로’ 정국에서 출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각종 청문회 등 곳곳에 뇌관이 있어 강 대 강 대치로 회귀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박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경제 비상상황 대처와 초당적 위기 극복 협의를 위해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대결 정국 타개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박 직무대행은 이와 함께 “정부와 국회 간의 상시적 정책 협의 기구를 구축해야 한다”며 여·야·정 정책 협의체를 설치하자고 했다. 민생관련 입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중단해달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22대 국회 들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방송 4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도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영수회담 제안을 두고 여권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의견이 없다”며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부터 휴가중인 상황도 반영됐다. 대통령실은 말을 아꼈지만 영수회담에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첫 회담에서 이 전 대표가 장문의 요구사항을 밝힌 것에 대한 불쾌감도 남아있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직무대행 제안에 “민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정책을 협의하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당 대표 패싱’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는 것을 두고는 “격식이나 형식 문제는 차분히 따지면 된다”고 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새 지도체제가 완성되고 난 뒤 그 분(새 대표)이 여러 정국을 판단해 제안하실 것”이라며 “좀 나간 제안 같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8월 임시국회에선 정쟁 휴전을 선언하자”며 야당의 여·야·정 정책 논의기구 설치 제안을 환영했다. 그는 “바로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 대화를 통해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협상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강 대 강 대치’의 탈출 국면을 찾는 여야의 상호 제안은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박 직무대행에게 민생 법안 처리 협상을 제안했고, 한 대표는 취약 계층에 대한 전기료 감면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전기료 감면 등을 두고 정책위의장 간 논의 테이블을 제안해 이날 양당 정책위의장의 첫 논의 자리가 성사됐다. 이같은 기류에는 ‘빈 손 국회’가 이어지면서 여야 모두에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물론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 역시 국회 공회전이 계속되면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은 협력 조건으로 거부권 행사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물밑 조율 없는 여당의 협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때라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법안이자 쟁점법안인 25만원 지원법 처리도 협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여야 정책위의장 상견례에서 여당이 대통령실과 상의해 이 법안을 공포해 줄 것을 당부했지만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법안은) 당내에서 현재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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