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몰아낸 방글라 시위대....’노벨상’ 유누스 과도정부 수반으로

김휘원 기자 2024. 8.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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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노동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노벨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운데). /EPA 연합뉴스

빈민들을 위한 소액 대출 제도를 개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겸 사회운동가 무함마드 유누스(84)가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붕괴돼 혼돈에 빠진 조국을 당분간 이끌게 됐다. A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유누스가 임시정부의 수반을 맡아 90일 내에 치를 차기 총선을 관리하게 됐다고 7일 보도했다. 유누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진정하고 이 나라를 세울 준비를 해달라. 우리가 폭력의 길을 택하면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에게 공무원 채용 인원의 30%를 할당하려다 불거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전날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고 인도로 대피했다. 이에 모하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은 군부, 야권, 시민사회, 학생운동 조직 등과 만난 뒤 의회를 해산하고 임시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시나의 사임 직후 와케르-우즈-자만 육군 참모총장이 자신이 임시 총리를 맡겠다고 했지만,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며 유누스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를 이끈 대학생 단체들은 국정 혼란을 수습할 지도자로 유누스를 강력히 지지해왔다.

유누스는 신병 치료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해 왔다. 그의 역할이 임시정부와 차기 총선 관리에 국한될지,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누스는 엘리트 경제학자 출신이다. 미국 정부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명문 밴더빌트대에서 유학하고 서른두 살에 방글라데시 치타공대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대기근으로 국민 대다수가 굶주리는 참상을 목격하고 직접 빈민촌에서 생활하면서 빈곤 해결책으로 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마이크로 크레디트)를 고안해 1983년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다. 그라민 은행은 40여 년간 1000만명 이상 빈민층의 자립을 도왔고, 수혜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빈곤 퇴치 모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서울평화상을 받았고, 그라민 은행도 계열사를 여럿 거느리며 덩치를 키워갔다.

하지만 2007년 부패한 기득권 정치를 바꾸겠다며 정당 설립을 추진하면서 견제 대상이 됐다. 2011년에는 그라민 은행 총재직에서 돌연 해임됐다. 명목상으로는 정년(60세)을 넘어서까지 위법하게 재임했다는 이유였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누스는 반정부 시위가 터지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횡령과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1월에는 노동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는 등 150여 건의 각종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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