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고령화를 기회로… `해양장`으로 떼돈 日신사
신사(神社)는 일본 민속신앙 신토(神道)의 신을 모시는 종교 시설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려 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종교 시설이다. 일본 신화에 내려오는 신 외에 지역 고유의 토속신, 국가나 지역에 크게 이바지한 위인을 기리거나 심지어 악령을 위안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우기도 한다. 2024년 현재 일본에는 약 7만8000개의 신사가 있다. 편의점 수보다 많다. 하지만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2050년까지 3만개 이상의 신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신사의 '경영난'은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난 14년간 30배라는 경이로운 매출을 기록한 신사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기타큐슈 관광 명소인 모지코역에서 차로 약 7분 거리에 있는 '메카리 신사'다. 혼슈와 규슈를 가르는 간몬 해협에 인접한 이곳은 야요이 시대 후기인 서기 200년경에 지어졌다. 조수를 관장하는 '달의 여신' 서리츠히메를 모시고 있어 배의 안전과 어업의 성공을 비는 곳으로 유명하다. 창건 이래 1800년 동안 이 신사는 매년 음력 설날 자정에 3명의 신도 승려가 몹시 추운 간몬 해협에 들어가 미역을 수확하는 축제를 열어왔다. 후쿠오카현의 무형 민속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명성을 날렸지만 1년 총수입은 설날 행사때 들어오는 500만엔(약 4700만원)이 전부였다. 이를 12개월 동안 나눠 썼다.
이 때문에 신사 살림은 늘 어려웠다. 현재 이곳을 경영하는 다카세 가즈노부가 들어온 2009년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기 농가, 고물상 등의 영업을 겸했다. 이랬던 메카리 신사가 14년만인 지난 2023년 기준으로 매출 1억4000만엔(약 13억3000만원)이라는 기적 같은 실적을 달성했다.
2009년에 경영을 책임지기 시작한 다카세의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설날 행사말고는 아무 수입이 없었기에 자포 자기할 수밖에 없던 시절, 다카세는 하루에 300엔씩 2년동안 20만엔을 차곡차곡 모아 거의 정글 수준이었던 신사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투자했다. 원래 절경인 자리에 입지하고 있기에 경내에 조금씩 관광객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루에 1000엔 정도를 벌 수 있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인형을 태우는 '제사' 의뢰를 전국 각지에서 받기 시작해 연수입이 900만엔으로 늘어났다. 마침 이 즈음 다카세의 머리 속에 장례 절차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들어왔다. 자손 등 관리해 줄 사람이 없는 무덤인 '무연묘' 문제가 저출생 고령화 현상의 여파로 자주 보도되면서 지역 노인들의 상담이 늘어난 시기였다.
메카리 신사 역사 자료 검색을 통해 장례 역사를 찾아보니, 아주 옛날엔 작은 배에 시신을 싣고 바다에 흘려보냈다는 정보를 얻었고 이를 응용해 일명 '해양장'(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의식) 서비스 개발을 결정했다. 2014년 7월 해양장 실시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고 3개월 뒤 첫 의뢰를 받았다. 이후 연간 수입이 처음으로 1000만엔을 넘어섰다.
이듬해에는 해양장과 관련 제사 서비스의 꾸준한 성장으로 3000만엔을 돌파했다. 다카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경영 컨설팅을 의뢰하며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추진한다. 메카리 신사의 존재 의의를 재정의하고, 단순 매출 증대를 뛰어넘어 스토리 디자인과 같은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해 나갔다. 그 결과 '신사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해양장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매출이 폭증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신사들과 협약을 통해 메카리만의 해양장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유골을 전달받아 위탁으로 시행하거나 하면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다카세는 메카리 신사 프랜차이즈를 2031년까지 전국 35개 가맹점으로 확대해 자사 매출과 로열티 수입을 합쳐 3억7800만엔(약 35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어느 누구에게는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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