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성인병의 천적 `해조류`
21세기는 해양영양소(海洋營養素)의 시대이다. 최근 바다에서 산출되는 생선과 조류(藻類), 해초(海草) 등에서 귀중한 영양소와 약효 물질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의 채소'라고 불리는 해조류는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고탄수화물, 고단백질, 고지방식 위주의 식단에 치우친 현대인의 건강을 지켜줄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나 일본 사람들은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모자반, 청각 등의 다양한 해조류를 먹는 까닭에 다른 민족들보다 성인병의 위험으로부터 다소 안전한 편이다.
다시마 등 해조류를 많이 먹는 일본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로 유명하다. 이 사실을 주시해온 서구 의학자들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해조류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
해조류의 대표적인 효능 중의 하나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내리는 작용이다. 미역과 다시마의 미끈거리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과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담즙산을 배설시켜 몸에 해로운 LDL 콜레스레롤 수치를 낮추어 혈관의 부담을 덜어준다.
혈전(血栓) 예방 작용도 있다. 미역이 대표적이다. 혈전 용해제로 사용하는 '헤파린'(heparin)이란 약제보다 미역에서 추출한 성분이 두 배나 강한 혈전 용해 작용을 나타낸다. "미역을 먹으면 피가 맑아진다"는 항간의 속설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라 하겠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혈압 환자는 다시마를 꼭 먹어야 한다. 다시마에 풍부한 칼륨과 알긴산은 나트륨을 배출해 고혈압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실험에 의하면 다시마를 투여한 그룹의 쥐들이 뇌졸중(腦卒中) 발병이 현저히 적었다고 한다.
미역, 다시마 등의 갈조류는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장관에서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급속한 혈당 상승을 막아준다. 보통 해조류를 식초에 버무려 먹는데, 이런 조리법이 당질 대사를 지연시켜 혈당 상승을 더디게 하는 작용도 한다.
더불어 다이어트에 해조류가 빠질 수 없다. '미역귀 다이어트', '다시마 다이어트'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해조류는 다이어트에 중요하다. 해조류의 식이섬유는 위 속에 들어가 부피가 수십 배로 불어나 포만감을 일으키기에 딱 좋다.
미역귀나 다시마 가루를 가루나 환으로 만들어 식전에 먹으면 배 속에서 부피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당연히 포만감이 느껴져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더구나 다이어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다이어트 도중 나타나기 쉬운 영양의 불균형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마와 미역의 항암 작용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쥐에게 다시마를 먹였더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감소시켜 유방암을 억제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해조류를 즐기는 일본 여성의 유방암 유병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 이러한 항암 작용은 미역, 다시마에 풍부히 있는 '푸코이단'이란 성분 때문이다. 이 푸코이단은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여 암을 치료한다.
그러나 해조류가 건강에 유익하다고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장이 찬 사람이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설사의 우려가 있다. 또, 해조류에 함유된 요오드가 과잉 섭취되어 오히려 해롭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 염이 있는 사람은 요오드가 많이 든 해조류를 되도록 삼가해야 한다. 한국인은 이미 혈중 요오드가 정상치를 넘고 있다.
해조류 조림을 할 때는 너무 오래 끓이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성분인 알긴산을 잃게 되고 맛도 떨어진다. 차로 마신다면 충분히 끓여서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버섯과 같이 끓여 마시면 오묘한 맛이 나며 음식궁합이 잘 맞다.
다만 짠 해조류를 그냥 먹으면 안 된다. 조리하기 전에 물에 담근 뒤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소금기를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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