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때문에 1억이 휴짓조각"...루나 투자자 첫 승소
송금에 필요한 정보 누락…코인 다시 반환돼
루나 1,300여 개 업비트 지갑으로 '오입금'
[앵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 때문에 가상자산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면, 운영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투자자가 여러 차례 출금 요청을 했는데도 거래소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겁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베트남에 살던 A 씨는 지난 2022년 3월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관돼 있던 루나 코인 천삼백여 개를 해외 거래소 지갑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A 씨가 송금을 위해 필요한 '2차 주소'를 써내지 않았고, 해외 거래소는 A 씨가 보낸 코인을 다시 반환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 씨가 아닌 업비트 전자지갑으로 코인이 잘못 입금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A 씨가 업비트에 코인 복구를 요구했지만,
거래소는 '새로 규칙이 시행돼 관련 절차를 마련한 뒤 복구해 주겠다'며 시간을 끈 겁니다.
A 씨의 요청은 3월부터 5월까지 10번 넘게 이뤄졌는데,
그 사이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1억 4천7백여만 원에 달하던 자산 가치는 99.99% 넘게 폭락해 5백 원대가 됐습니다.
사실상 돈을 모두 잃은 A 씨는 거래소가 손해를 물어내라며 소송에 돌입했고, 2년 만에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냈습니다.
운영사가 가상자산을 복구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도, 이행을 지체한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겁니다.
소송 과정에서 두나무 측은 지체가 없었더라도 필연적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거란 주장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A 씨가 4월쯤 '모친의 병원비가 필요해 루나 코인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알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입증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은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발생한 손해와 관련해 거래소에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한 첫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한상준 / 변호사·원고 측 대리인 :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거래소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고요. 피해를 보신 분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향후 동종 소송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만 자산 가격 폭락에 거래소가 책임이 있었다는 걸 인정한 건 아닌 만큼,
권도형 대표 등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송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거로 보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영상편집 : 윤용준
디자인 : 지경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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