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대진표 확정…해리스·월즈 VS 트럼프·밴스
미국 대선을 약 90일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명, 대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팀 월즈에게 내 러닝메이트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음을 자랑스럽게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지사로, 코치로, 교사로, 퇴역군인으로서 가족과 같은 '노동자 가정'을 위해 성과를 내왔다"면서 "우리 팀에 합류해 기쁘다"라고 밝혔다. 월즈 주지사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 선거운동에 해리스와 함께 하게 된 것은 평생의 영광"이라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올인(all in·다걸기)할 것"이라고 밝힌 뒤 "개학 첫날 같은 느낌이다. 이 일(대선 승리)을 해냅시다"라고 썼다. 월즈는 지명후 곧바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해리스 유세에 참석했으며 중서부 경합주 유세에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중서부 지역의 유권자들의 지지표를 얻기 위해 월즈를 지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네소타뿐 아니라 경합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주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중 공략하자 중서부 지역의 교외 지역과 근로자 계층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60세인 월즈는 미네소타주 정치인으로는 린든 존슨의 부통령이었던 휴버트 험프리와 지미 카터 행정부의 월터 먼데일에 이어 세번째로 부통령직에 도전하게 됐다.
네브래스카주에서 태어나 자란 월즈는 사우스다코타주의 원주민 보호 구역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해 중국 광둥성에서 1년간 미국 역사와 영어 교사로도 활동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온 그는 1989년 톈안먼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정부에 비판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귀국후에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해 미국 고등학생들이 여름에 중국을 체험하는 것을 주선하는 업체를 경영하기도 했다. 또 티베트의 인권 탄압 해소를 위해 중국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귀국후 네브래스카를 거쳐 1996년 미네소타주에 정착해 지리 교사와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코치로 활동했으며 17세부터 미 육군 주방위군에서 24년간 복무했다. 뒤늦게 정치에 입문한 월즈는 2006년에 연방하원에 당선돼 10년간 의정활동을 했으며 2018년에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됐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월즈는 민주당 내에서도 강한 진보 성향을 보이면서 지지를 얻어왔다. 전과 기록자들에게 투표권을 다시 부여했으며 여가용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시켰다. 또 모든 어린이들에게 학교에서 아침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주헌법에 낙태권을 보장하는 것에 서명했다.
트럼프 진영은 벌써부터 월즈를 위험한 진보적 극단주의자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해리스를 빗대어 해리스-월즈의 캘리포니아 꿈은 미국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 진영 대변인이 밝혔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중동 문제가 주요 외교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월즈는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후 이스라엘인 희생자 추모를 위해 주내 관공서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으며 하원의원 시절에도 이스라엘을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라고 부르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다.
해리스가 아직 많은 미국인들에게 낯선 월즈를 부통령 후보 지명한 것에 대해서 정치전문가들은 흥미로운 선택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월즈 주지사 관련 발표가 있은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다른 어떤 배경 언급도 없이 "고맙다(THANK YOU!)"라고 썼다. 이는 진보 성향인 월즈 주지사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낙점이 자신들의 선거 전략상 유리한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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